“말을 적게 하고 민의를 들어라”
“말을 적게 하고 민의를 들어라”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말이 아쉽다
중국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3월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해마다 「양회(兩會)가 열리기 때문이다. 양회란 우리나라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정당·직능단체·민족 간 협의기구인 정치협상회의(政協)를 일컬어 표현하는 말이다. 올해 전인대는 3월5일 개막되었고 정협은 3월3일에 막을 열었다.
정치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 각층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회」의 정부 감시·감독기능은 최근 들어 뚜렷하고 선명토록 강화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도 이런 흐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양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말은 적게 하고 민의를 많이 들어라』라고 타일렀다. 소규모 국민 대표들의 비판과 지적을 공무원들이 경청해 국정을 정화(淨化)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모택동이 이끄는 대장정(大長征)이 강서를 출발한지 1년만인 1935년 10월 20일 끝났을 때 국토는 황폐되었고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기아(饑餓)나라 중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의 꿈을 키우며 급속히 변하고 있다. 공장만 세우겠다면 양팔을 벌려 환영하던 중국은 「어제의 중국」이다. 중국정부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주었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고, 지방정부들이 공장부지 염가제공 특혜를 주는지 감시하기 시작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돈이 넘쳐나면서 외국인 투자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값싼 노동력을 노리고 중국에 들어간 중소기업들의 경우 인건비가 매년 10%이상씩 치솟는데다 노사분규까지 늘어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런 중국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양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말을 적게 하고 민의를 많이 들어라』하고 당부하고 있으니, 붉은 깃발을 펄럭이며 민의를 탄압하던 중국 공산주의 색깔마저 많이 퇴색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민의를 막는 독재는 끝내 멸망하고야 마는 천의(天意)를 깨달은 것으로 이해된다.
옛날 『인자함이 하늘같고, 아는바가 신과 같다』는 칭송을 듣던 요(堯)임금은 천하를 다스리기 50년, 도대체 자신의 정치가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측근 사람들과 재야 식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는 대답이었으므로『그럼 내가 직접 알아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허술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로 나갔다.
그가 어느 골목에 이르자 아이들이 자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얼마쯤 더 걸어가자 한 노인이 한껏 불러오는 배를 탕탕 두드리면서 격양가(擊壤歌 : 땅을 치면서 부르는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고 있었다. 『해 뜨면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돌아와 쉬 네/우물을 파서 물마시고/ 들에 가서 밭 갈아 먹는다/ 임금의 힘 따위는/ 나에게 무슨 관계가 있으랴』― 요 임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야 말로 그가 구상하고 있는 무위(無爲)정치의 극치를 노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적게 하고 민의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나라 정치풍토가 아쉽다. 정부가 스스로 지난해 자신들의 성적표를 매겼다. 외교·안보만 80점으로 “우”, 나머지는 모두 90점을 넘어 “수”다. 평균 점수도 91.7점이다.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거둔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정부가 가장 잘한 분야를 경제라고 했다. 지난해 초 설정한 712개 성과지표 중 89.6%를 달성해 고유가·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했다는 것이다. 국민이 가장 고통스러워하고 불만인 게 민생경제다. 『민생문제를 초래한 책임은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정부와 국민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것이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장대로 「비판신문 때문」이란 말인가.
말을 적게 하고 민의에 귀를 기울이라는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말이 새삼스레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