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올림픽’으로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때 윤흥길씨의 소설 “완장” MBC가 미니시리즈로 극화한 베스트 극장 ‘완장’이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종술(조형기)는 저수지 감시원으로 나온다. 무지랭이 건달이었던 그가 감시원 완장을 차고 나타나니 마을사람들은 설설기고 이 맛에 취해 엄청나게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스스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완장밖에 없었고 결국 그렇게 권세를 부리다가 저수지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으로 종말을 맺는다.
이같이 완장문화는 권위 의식이나 특권 의식이 만연해 있는 사회의 문화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이런 완장문화가 지금 노동계에서 다시 등장한다.
다름 아닌 노조 전임자의 숫자를 대폭 줄이는 ‘타임오프 상한선 제도’를 놓고 일부 노동계에서 특권의식인 ‘완장문화’를 들고 나왔다.
정부가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한도를 정했다. 노조가 전임자의 월급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야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노조활동도 당당해진다. 회사가 노조 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그러나 노조는 투쟁의 무기로 전임자를 마구 늘려 회사의 일도 안 하면서 월급을 받고 투쟁하는 ‘직업 투쟁가’와 ‘노동 귀족’을 양산해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는 사용주로부터 임금 받으며 근로 대신 노동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로, 대형노조는 타임오프 상한선을 대폭 축소하고 중소규모 노조는 현행대로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전임자 232명인 현대차는 24명, 기아차는 144명에서19명, GM대우는 91명에서 14명 등으로 대폭 축소되게 된다.
‘놀고 먹는’ 전임자를 줄여 사측에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노조원에게 혜택을 더 줄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법적시한 넘긴 의결로 원천무효' ‘노동계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결정' 등 강변하며 반대투쟁 획책 중이다. 민노총은 지난 5월3일 ‘타임오프 상한제 원천무효' 주장하는 임원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민노당 등 정치권 협조를 요구하는 한편 5.12 총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 민노총 산하 금손노조는 5월 4일 기자회견 열어 강도높은 투쟁방침 밝혔고 산하 운수노조 철도본부는 5월12일 전면파업 돌입, 시민의 발목을 또 잡으려고 한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도 “한국노총이 교섭, 투쟁에서 실패했다"며 한국노총 임원실을 점거하고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는 ‘노-노 갈등’으로 번지는 꼴이 됐다.
그동안 ‘완장 기득권' 차고 ’강경, 반정부투쟁 선동하던 노동전임자' 축소는 당연 조치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따르려는 취지다. 노동법 개정은 노동계 반발로 무려 13년간 미뤄왔던 것으로 이번 ‘타임오프 상한제'도입은 노동계 의견 많이 봐준 차선책이라고 본다.
귀족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 획책'은 전국민적 분노만 살 뿐이다.
‘차임오프 상한제’는 ‘귀족노조’가 차고 있는 완장문화를 청산하고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동은 창조적인 행위이다. 노동을 함으로써 노동의 대상에다 인간의 생각이나 의지, 나아가 사상을 구체화시켜 무언가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노동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기쁨을 때때로 느낀다. 이것은 결국 우리들 각자의 존재의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노동은 그 자체의 성격에서 벗어나 일부 상급단체에 의해 끌려 다니는 형태로 변했다. 타임오프제의 올바른 정착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다시 살리는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