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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머리로 정책을 말하자!

능산선생 2006. 3. 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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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머리로 정책을 말하자!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로 가는 길”에 대한 반박

청와대 양극화 특별기획팀이 벌써 세차례 글을 올렸다. 여전히 양극화의 원인을 과거 서강학파의 압축성장에서 그리고 외환위기에서 그리고 세계화에서 찾고 있다. 왜 원인을 그렇게 멀리에서 찾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도 먼 과거에서 그리고 바깥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리면 쉽게 원인이 보인다. 특별기획팀이 걱정하는 양극화 시한폭탄은 바로 현 정권이 출범한 2003년부터 불이 당겨졌다. 외환위기 이후 나아지던 소득분배와 빈곤상태가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2003년부터 다시 악화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걸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 경제는 2003년부터 나빠졌다. 2002년 7% 성장이후 계속 3-4% 성장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세계경제가 좋았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양극화의 원인으로 이 기간 동안의 경기침체에 눈을 돌일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현 정부 출범 후 역대 어느 정권보다 복지지출을 늘렸는데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경기침체 말고 원인을 찾을 데가 없다. 그런데도 특별기획팀은 압축성장 시절의 과거를 미워하면서 그곳에 갇혀 있다. 아무도 과거 고도성장기 당시의 성장방식으로 양극화 대처하려고 하지 않는데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화를 내고 있다.

어느 기자가 ‘경제꼴통’으로 표현한 사람들조차도 성장을 이야기 할 때 지금처럼 오래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을 의미했을 거다. 경기침체는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킨다는 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경기변동과 분배상태는 최근 들어 동행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경기침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양극화 해소책이라는 걸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특별기획팀처럼 과거를 미워하며 현재를 잘못 판단하면 큰일인 것이다.

특별기획팀은 아직도 증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OECD 통계책을 가져다 놓고 우리 조세부담률은 20.4%로 회원국 평균보다 아주 낮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 보다 낮은 것은 증세대신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충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채비율을 감안한 잠재적 조세부담률이라는 통계까지 동원하면서 우리는 증세할 여지가 충분히 있음을 애써 강조하고자 한다. 또 한번 바깥에서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잘사는 나라 본받으려면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걸 배워야 한다. 과연 그들이 조세부담률이 높은 것을 또 국가채무가 많은 걸 뽐내고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가능하면 조세부담률을 줄이려고 그리고 국가채무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들이 줄이려고 하고 있는 조세부담과 국가채무를 늘이려고 애쓴다. 그리고 특별기획팀까지 만들어서 국민들을 설득하려 한다. 국가채무가 그들 국가들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바깥을 보지 말고 안을 보자. 우리는 어느 OECD 국가보다 세금 아닌 각종 부담금과 같은 준조세의 규모가 크다. 따라서 준조세를 포함하는 광의의 조세부담률을 구해서 비교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OECD 국가들은 이런 광의의 조세부담률을 발표하지 않는다. 준조세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기 때문이다. 준조세를 포함하고 비교하면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결코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경제가 그들 수준으로 커지고 또 그들의 고령화수준과 비슷해 질 때를 생각해서 조세부담률을 비교하면 우리 조세부담률은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다.

특별기획팀은 작은 정부를 싫어한다. 작은 정부를 버려야 하는 구시대적 신화로까지 표현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큰 정부’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건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정부크기를 판단하려면 재정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고 과거에 비해 어떠한가를 봐야한다. 이 때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공기업, 산하기관 등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경우, 선진국에서는 민간이 맡고 있는 부문들을 우리는 아직 공공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 그 운영도 방만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상당히 크다. 협의로 볼 경우에도 우리 정부의 크기는 만만치 않다. 통합재정규모는 여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이는 아직 고령화 수준이 낮아서 사회보장급여 지출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사회보장급여로 이루어진 이전지출(transfer)과 이자지출을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선진국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특히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특별기획팀에 꼭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렇게 세금 더 거두어서 그리고 정부를 키워서 뭘 할건가? 쓸 곳을 찾고 난 뒤 얼마가 드는지 계산해보고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만큼 더 거두고 싶다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얼마가 드는지 계산을 해보는 것이야 말로 특별기획팀의 과제이다. 이렇게 계산된 금액을 갖고 세금을 더 거둘 건지 국채를 발행할 건지를 연구해보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재원소요를 계산하는 데는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이를 평가하고 예측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양극화 해소를 한다고 늘려왔던 예산들이 기초가 되는 각종 정책메뉴들의 성과를 철저히 그리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일자리 대책으로 13개 부처가 1조5천억원을 투입하는데도 왜 일자리가 제대로 늘지 않는지 분석하고 중복되고 낭비되는 것이 없는지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한 양극화해소책은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복지지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지사각지대는 넓다. 고용보험이 있음에도 실업상태에 빠져도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들의 비중이 크고 아울러 재정은 위기라는데 여전히 국민연금이라는 우산밖에 있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사각지대를 내버려 둔 채 복지지출을 늘인들 무슨 소용인가? 따라서 돈만 쓰면 된다는 무작정 복지가 아니라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빈틈없는 복지가 중요하고 이것이 바로 참된 양극화 해소대책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양극화 해소대책을 마련하려면 복지정책의 기본 패러다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소외계층들에게 대한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의 복지(welfare)에서 소외탈출의 기본 동력을 제공하는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는 일하는 복지(workfare)로, 그리고 보다 나은 일자리, 오래가는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학습복지(learnfare)로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일하는 복지와 학습복지는 복지-노동-교육의 삼자의 연계를 통해 가능하다. 즉, 복지정책, 노동정책 그리고 교육정책을 상호연계하에 개발되고 집행하는 것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인 것이다.

특별기획팀에 바란다. 제발, 내 가슴은 뜨거운데 상대 가슴은 차갑지나 않은지 의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상위 20% 혹은 때에 따라서는 2%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심하고 미워하면서 머리마저 뜨거워지면 큰일이다. 청와대는 뜨거운 가슴보다는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곳이다. 앞으로 남은 7회는 그동안의 분노를 거두고 머리를 식혀서 냉철하게 정책을 논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획의도와 방향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까운 곳에서 양극화 원인을 찾고 ‘네 탓보다 내 탓’을 하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존 정책의 성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재원소요를 면밀히 계산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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