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와인을 마셔라, 시를 마셔라, 순수를 마셔라” 낭만주의의 부자연스러운 꾸밈을 거부하고, 대부분 내성적인 시 속에서 종교적 믿음 없이 신을 추구하는 탐구자로 모습을 드러냈던 보들레르.
이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이며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없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을소나타에 취해 보는 것도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한다.
파스퇴르는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있다’며 와인을 노래했다. 와인이 있는 곳에는 슬픔과 걱정이 날아가기 마련이며 와인과 여자와 노래에 너무 젖어 있으면 노래를 포기하라는 말도 있다.
인류가 최초로 마시기 시작한 술이라고 하는 포도주는 그 깊은 역사 만큼이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절제력이 뛰어난 유대인들은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 사이에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와인데이’을 맞은 14일 대한민국은 ‘와인 한잔’으로 마음을 쉴 수 없는 사회로 타락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황혼이혼(gray divorce)이 최대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지난5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 1151건이다. 전년인 2023년보다 1243건(1.4%) 감소한 수치다. 다만 30년 이상 혼인관계를 이어간 부부의 이혼 건수는 1만 5128건으로 전년보다 334건(2.3%) 증가했다.
결혼 30년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 비중은 전체의 16.6%로, 전년보다 0.6% 포인트 올랐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7.7% 포인트 급증했다. 이혼 건수도 10년 새 4809건(46.6%)이 늘었다.
연령별 이혼 건수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60대 이상이 1만 9천 건으로 21.3% 비중을 차지했다. 50대 초반은 1만 5천 건(16.2%), 40대 초반은 1만 4천 건(15.6%) 순이다. 여성은 40대 초반인 1만 6천 건(1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후반 1만 5천 건(15.2%), 60세 이상 1만 4천 건(15%)이다.
올해 고령자 인구가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하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현재 삶과 자신의 사회·경제적 성취에 만족하는 고령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9일 이런 내용의 ‘2025년 고령자 통계’를 펴냈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천51만4천명으로 처음으로 1천만명대에 진입했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2023년 기준 39.8%로, 전년보다 0.1%p 상승했다.
2022년 기준(39.7%)으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중 가장 높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은 35.5%로 전년 대비 3.6%p 증가했지만, 전체 인구 평균(40.1%)보다는 낮았다.
고령자의 삶의 불만족도는 13.8%로, 전체 평균(12.7%)보다 높았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성취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2%로, 전년보다 6.6%p 증가했지만, 역시 전체 평균(35.7%)에는 미치지 못했다.
황혼이혼은 새로운 짝을 이뤄 살기에는 한계가 많고 이로 인해 대부분 ‘고독’ 속에 불완전한 상태에서 쓸쓸히 인생의 종말을 맞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전체 이혼은 줄었지만 황혼 이혼은 늘고 있다. 백세 시대가 되다 보니 남은 인생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면서 황혼 이혼을 한다.
‘남보다 못한 사이’라는 정서적으로 단절되는 시간이 길어서 대화도 없고, 허탈감과 함께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랜 기간 속상함을 참았는데 아이들도 다 컸는데 왜 참냐면서 황혼 이혼을 생각한다. 오랜 세월 쌓여온 불만이 터지게 되는 거다.
남편이 은퇴한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데, 남편은 이를 존중해주지 않는다. 이럴 때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황혼 이혼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황혼 이혼을 한 노년층들은 이혼으로 ‘자유’와 ‘정서적 안정’등을 얻었다고 한다.
이와함께 은퇴 후 연금과 자녀들의 주는 용돈 정도로만 생활해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절약하면서 살다 보니 이혼 전보다 더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황혼이혼은 결국 황혼재혼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싫어도 꾹 참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백년해로’가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이는 앞으로 재혼이 결혼의 한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평균수명’과 관련된 재혼의 모습은 자연히 ‘황혼재혼’의 형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우리사회에서도 ‘60청춘 90회갑’이라는 말처럼 인생의 황혼에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새 반쪽을 찾는 황혼 재혼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또 아내로서의 “평생의 반려자”라는 말은 이미 옛말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되찾고자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황혼 이혼’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젊은이나 중년의 재혼만큼이나 ‘실버세대의 재혼’도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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