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합도시 원점으로
김 원 섭/infinew1@hanmail.net
한나라당 관련법 폐기 추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몸까지 던지며 추진했던 「행정복합도시」건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서울 인천 경기를 석권한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강력한 대선후보자인 이명박 서울시장도 “행정수도 이전을 못하게 하려면 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정부와 여당의 밀어붙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여당도 행정복합도시의 효과를 보지 못한 상태이어서 무리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여론을 모은 뒤 당론으로 정해 국회에서 관련법 폐기를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 덕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는 노무현대통령은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서라도 행정복합도시 건설계획을 밀어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 공방의 3라운드가 시작됐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며 행정복합도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이명박 시장은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 와 있고, 아직 분단도 극복하지 못한 나라로서 수도분할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이때 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낭비, 그리고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수도분할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특히 “수도분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은 일자리 창출과 다가올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재원으로 아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수도이전이 안 되니 ‘수도분할이라도 하자’고 고집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자세도 아니고, 바른 길도 아니며, 순간의 오판으로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망칠 수는 없다”면서 “지금 이 잘못된 법률을 막지 못한다면, 훗날 훨씬 더 많은 대가를 치르고서 바로잡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행정부서 몇 개가 옮겨와도 지역에 고용이 발생하고 생산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또 “진정한 충청권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대안이 있다”며 “여론조사를 보니 충청권에서도 내 뜻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자리에서 대안을 밝히면 정치적 공약이 된다”며 “시간이 흐르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충청권 주민들의 이해를 요청했다.
오세훈 “행정도시 되돌리고 싶은 심정”
오세훈 서울시장당선자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에 대해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으면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 발언이 충청지역 지방선거에 파장을 던져 주었다. 오 후보는 선거기간중 모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헌재의 판결도 받고 법도 통과돼 재고하기에는 시기가 좀 늦었다”면서도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되돌리고 싶은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 당선자는 이어 ‘한나라당 집권 시 행정수도 이전을 재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도 “600년 수도 서울을 해체하는데 국민혈세 100조를 낭비하고 있다”며 반대입장을 선거기간 중에 강력히 제기했다.
한편 지난 4월 충청권의 희망으로서 산고 끝에 국회와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을 힘겹게 넘겼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 과반수의 폐지 법률안 국회 제출로 전면 백지화 위기를 맞고 있다.
동법의 폐지법률안이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외 59명(전원 한나라당) 명의로 지난해 4월 8일 국회에 제출, 현재 해당상임위원회인 건설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 폐지안이 건교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경우 열린우리당 과반수 붕괴, 민주노동당 반대, 민주당 조건부 찬성 등으로 인해 자칫 본회의 통과가 기정사실화 되는 등 행정도시 충청권 건설은 물론 혁신 및 기업도시의 원천무효도 우려된다.
더욱이 이 경우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지방분권 및 공공기관 지방 분산의 전면 백지화로 이는 전국 각 지역의 반발로 이어짐이 불 보듯 하는 등 핵폭탄의 위력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지 법률안이 지난해 제출됐다손 치더라도 국회 시스템상 의안과 접수 → 본회의 보고 → 관련 상임위 이첩 → 검토→ 전체상임위 상정 → 대체토론 → 법안소위 → 전체상임위 →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밟게 되는 등 본격적인 국회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방선거라는 핵폭풍을 피한 직 후 국회차원의 본격논의라는 시나리오가 성립, 명백한 충청도민의 기만행위라는 게 이 소식을 접한 충청도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국회 건교위 소속 노영민 의원은 17일 “행정도시법에 대한 폐지 법률안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 60명의 명의로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며 “따라서 상임위 간사로서 전체 상임위 상정을 막는 등 중앙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주민 건설반대 소송 중
한편 행정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충남 연기군 주민들이 행정도시 건설을 막아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충남 연기군 주민 474명은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충남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와 감성리 일원 토지를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 및 주변지역으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최근 이 법원에 냈다. 주민들은 소장에서 “행정도시 건설로 연기군과 공주시 5개면 주민 8000여명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없이 생활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정신적 물질적 고통과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충청권의 토지 가격은 10배 이상 급등했는데도 원고들은 턱없이 낮은 보상을 받는다”며 “인근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다른 토지를 마련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게 됐고, 장래에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