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영국의 황금시대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총리였던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다양한 통계를 인용해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한 사람의 말이라서 그런지 통계의 함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숫자를 계산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 결과의 값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사회·정치학자, 그리고 언론인들이 가장 쉽게 의존하고, 그만큼 가장 쉽게 오류에 빠지는 것이 바로 통계자료이다.
통계청이 한국 근대 통계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전문 7개 조의 ‘호구(戶口) 조사규칙’이 최초로 마련된 1896년 9월 1일을 기념해 ‘통계의 날’로 제정, 국민들에게 통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통계수치에 노출되어 있다. 뉴스를 보아도 신문을 보아도 방대한 자료들이 수치와 도표들로 정리돼 있고 그대로를 믿고 있다. 통계에 대한 기본 상식만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사실인줄만 알게 된다.
‘통계법’ 제27조에 따르면 통계를 작성한 경우 지체없이 이를 공표해야 하며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통계의 신뢰성이 낮아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에 한하여 공표를 늦추거나 공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잘못된 통계와 의도적으로 조작된 통계를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예산이나 기업실적, 경제전망 등도 마찬가지다. 기간과 변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여러 선거에서 봤듯이 정치인 지지율은 조사방법과 표본 설정, 질문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10%에서 90%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결론을 끌어내거나 절대적 수치와 상대적 수치를 혼동하거나 표본 추출에 실패하거나 통계적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숱하게 많다. 흔히 그래프는 숫자보다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과장하기 때문이다.
통계의 속임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종류의 평균값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평균’이란 단어의 의미가 매우 모호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사실 이 속임수는 자주 이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때로는 사용하는 사람 자신도 모르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중의 의견을 좌우하거나 영업 행위를 위한 광고 면을 장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평균값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종류의 평균값인지 즉 산술평균값인지, 중앙값인지, 아니면 최빈값인지 이 중 어느 것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전에는 그 어떤 평균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올바르게 선택하지 않은 평균값은 실제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감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검토 중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7월11일 브리핑에서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탄압 조작 감사”라고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전 정권이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이를 인정할 때까지 새벽까지 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에 동의하며, 국정조사를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이 언급한 당시 감사원의 조사 행태는 지난달 25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확인된 것이다. 그날 재판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에는 2022년 9월부터 10개월 넘게 감사원 감사가 이어지고 무리한 조사를 받으면서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는 부동산원 직원들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다. 해당 녹취록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부동산원 직원 휴대폰 안의 녹음파일 수십개를 검찰이 속기사를 통해 문서화한 뒤, 검찰이 직접 재판 증거로 등록해놓은 것이다. 한겨레는 최근 재판 과정에서 ‘감사원의 압박·조작 감사’를 의심할 만한 증거가 확인된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이 전 정부 통계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공식 감사 기간이 끝난 뒤에도 새벽 3∼4시까지 조사를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조작이라고 인정해야 집에 보내줬다’는 부동산원 직원의 증언도 있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권 시절인 2023년 9월13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을 압박해 주택가격 등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며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검찰은 지난해 3월14일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김수현·김상조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 국토부의 김현미 전 장관과 윤성원 전 차관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통계는 투명성을 상징한다. 진실의 창이다. 실제로 이 통계를 만들고 나서 대기업 감세보다 저소득이나 중소기업 감면 비중이 증가해 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추세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저소득자 비중이 2021년 71.1%에서 2023년 68.8%로 줄었고, 고소득층은 28.9%에서 31.2%로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조작사건에 이어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측에서 통계조작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법을 바로 세우는 검찰출신 대통령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불로커 명태균 씨가 대선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홍준표에서 윤석열로 바꾸려고 불법 표본 조작, 통계 조작을 했다고 한다.
통계자료를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통계 조작, 민중을 우롱(愚弄) 한다. 통계자료의 왜곡과 조작이 언제나 전문 통계학자들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계학자의 책상 위에서 도출되는 순진한 숫자들이 영업 사원이나 광고 전문가, 언론의 기자들 또는 카피라이터들에 의해서 왜곡되고,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생략되며 임의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방송과 언론에서 제시하는 통계수치를 일반인은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발표에는 신뢰성을 더 갖게 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실업률, 소득 불평등 등은 정부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조작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분명 신문에 발표된 통계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누구나 한 번은 있을 것이다.
사업가와 정치인들은 여러 자료와 통계들을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생긴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기업과 정부정책을 평가할 때 그들이 제시한 숫자들을 믿어 버린다. 이런 맹목적인 믿음이 되레 우리를 함정에 빠지게 한다.
독일의 통계학자 발터 크래머는 ‘벌거벗은 통계’에서 각종 숫자와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진 통계가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잘못된 행동으로 이끄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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