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뱀의 해인 2025년(乙巳年)은 윤석열 계엄으로 망가져가는 대한민국 가면을 우리에게 벗겨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화려하게 끝을 맺는 해가 아니라, 탄핵정국의 전환에서 조용히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시간이었다. 뱀은 우리를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멈추어 서서, 우리가 애써 외면해 왔던 불편한 목소리를 듣게 했다.
뱀의 해는 우리가 습관처럼 진실이 아닌 것을 살고 있었고, 그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던 순간들을 비추어 주었다.
뱀의 해에서의 성장은 힘으로 밀어붙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자각을 통해, 정직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이유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도 이미 낡아버린 무언가를 기꺼이 내려놓는 용기 있는 선택 속에서 이루어졌다.
뱀이 남긴 가르침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명확함은 변화에 앞선다. 어디론가 움직이기 전에 우리는 먼저 무엇이 어긋나 있었는지를 알아야 했고,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이름을 분명히 붙여야 했다. 허물을 벗겨내는 일은 상실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임을 믿어야 했다.
뱀은 지혜란 대개 조용히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의미 있는 것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긴급함을 가장하고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한때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한국을 지칭하는 ‘조선’(朝鮮)을 붙여 ‘지옥과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 담긴 용어가 널리 쓰였다. 2014년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더니 2~3년 만에 유행어로 올라섰다. 급속히 번진 데는 2014년 4월 생때같은 학생들의 희생을 부른 세월호 참사가 한몫하기도 했다.
집단적 절망의 언어인 헬조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 때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고 이 용어를 태동시킨 취업난을 비롯한 생활고와 이념과 세대 갈등으로 얽힌 사회 문제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자기비하식 표현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고 유행어로서의 생명력도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12·3 계엄사태 전후 시기 일부 지표를 보면 사라진 표현이 다시 나올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올해 10월 기준 대졸 이상 고학력인 20~30대 장기 백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웠던 2021년 10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또 전체 실업자 중 장기 실업자 비율은 18.1%나 됐다. 지난 4월(9.3%)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세계 곳곳 젊은이들이 K-드라마, K-팝, K-뷰티, K-푸드에 열광하면서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꼽는 한국에서 젊은이들은 정작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선호와 삶의 질로 연결되는 생활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지만 탈출을 꿈꾸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헬조선과 같은 고통스런 아우성이 다시 들릴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국도 가난했던 시절 해외로 나섰던 선조들의 피눈물 나는 이민 역사를 갖고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서툰 이웃을 끌어안는 다문화 사회 안착 노력은 세계 10위권 경제국의 품격이기도 하다.
국민 중심의 불편부당한 정책 추진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2026년 새해 말의 해(丙午年)는 이제 우리에게 움직이라고 말한다.
뱀이 시간을 느리게 했다면, 말은 다시 추진력을 불러일으킨다. 말의 해는 용기, 움직임, 그리고 자신의 두 다리에 대한 신뢰로 살아 움직인다.
말은 길을 과도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그저 달린다.
말은 뱀의 해에 발견한 진실 위에서 행동하라고 초대한다. 끝없이 이해하려 들기보다, 이제는 배운 것을 살아내라고 말한다.
뱀이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면, 말은 그 존재가 되라고 요구한다.
말의 에너지는 확장적이고 생동한다. 담대한 선택, 전진, 익숙함보다 자유를 선택하는 용기를 택한다.
말의 해는 행동으로 드러난 정직함에 보답한다.
진심일 때는 ‘예’라고 말하고, 끝났음을 알 때는 떠나며, 끊임없이 확인하지 않고도 자신의 직관을 믿고 따른다.
말은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지 않는다.
움직임 속에서 명확함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25년은 尹의 파면, 구속에서 보듯이 진실이 아닌 것을 벗겨냈고, 2026년은 진실을 향해 용기 있게 달린다.
12띠 중 일곱 번째 띠로 오년 생(午年生)을 가리킨다. 오시(午時)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방위는 정남(正南), 달은 여름 5월, 계절은 5월 망종에서 8월 소서까지, 오행은 화(火), 음양은 양(陽), 대응하는 별자리는 쌍둥이 좌에 해당한다.
말띠 생은 밝고 개방적이며 떠들썩한 것을 좋아한다. 유머가 있고, 태양처럼 매력적이며, 어떤 생각이 결정되면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한눈파는 일없이 계속 나아가므로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말띠 생은 자신의 가정과 환경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말띠의 기운은 처음은 거창한데 끝이 오므라드는 유형이다. 시끌벅적하게 움직이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손에 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꼴이 되기 쉽기 때문에 낭비와 유흥을 조심해야 한다. 또 시간을 지키지 않고 변덕스러운 점도 이 띠의 단점이다.
이에 따라 말의 해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尹이 엎지른 대한민국의 밥그릇을 지혜의 바탕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더 가볍고, 더 명확하고, 더 정렬된 상태로 앞으로 나아간다.
‘尹의 탄핵정국’ 허물은 벗겨냈다.
길은 열려 있다.
이제는 스스로를 믿고, 나 자신이 되어 가는 그 길을 당당히 달려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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