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죽고 나니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은 슬프지만 화장실 갈 일이 없는 것은 좋네요. 똥오줌 없으니 천국이 이리도 깨끗하겠지요.”
중세 시대를 살았던 한 시인이 말했다.
그러나 로마의 귀족으로 살았던 이가 말을 받아 친다.
“길거리에 똥오줌을 마구 버려 전염병에 시달렸던 미개한 당신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지. 우리 로마인들처럼 목욕과 화장실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진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오. 남겨진 유적을 봐도 알겠지만, 우리는 이미 1세기경에 아테네에 68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고대한 공중화장실을 만들었지. 게다가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이 수세식이었다오. 분뇨가 흐르는 하수구를 각이 지지 않게 만들어서 악취도 별로 없었소. 그야말로 아름답고 장엄했지. 나중엔 1백석이 넘는 거대한 화장실을 만들기도 했다오. 우린 하루 종일 그곳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쐬며 정치나 경제 문제를 의논했지. 사실 그 순간만큼 집중이 잘 되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때가 있나 말이요.”
한 과학자 曰“수세식 화장실은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미개한 발명품 중 하납니다. 수세식 화장실 보급 초기에 런던은 식수원이었던 템스강으로 오물을 흘려보내, 식수염이 오염되고 하수관으로 오물이 역류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도 만연했죠. 도시의 상하수도 설비를 정비해 문제가 개선되는 듯 했고 수세식 화장실은 널리 전파되었지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근심을 푸는 사찰의 해우소(解憂所), 살면서 잘 먹고 배변을 잘하는 것처럼 큰 축복이다.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1892∼1982)이 처음 해우소라는 말을 썼으며, 근심이나 걱정을 다 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0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며 사찰에서 ‘근심을 푸는’ 공간이 된 뒷간 즉, 해우소(解憂所)가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등 3건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승려들이 함께 지내는 공동체의 생활 규범과 수행 문화가 반영돼 사찰의 생활 민속을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지정 예고한 해우소 3곳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지붕 종도리 하부에 적힌 글을 보면 영월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의 해우소는 1910년에 각각 건립된 것으로 확인된다.
순천 선암사 측간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진, 1928년에 수리한 흔적 등을 볼 때 1920년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3곳 모두 건립 이후 지금까지 100년 넘게 원래 자리와 형태를 지키며 실제로 쓰이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뚜렷하다.
세 해우소는 통풍과 채광까지 고려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모두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의 누각 형태로 조성했으며 문 없이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두는 개방형 구조다.
눈높이에 맞춰 설치한 살창(가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 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고 안쪽은 적당히 가려주도록 만든 창)으로 채광과 환기, 조망도 더했다.
분뇨를 왕겨, 낙엽 등과 함께 발효시켜 밭의 거름으로 되돌리는 전통 방식은 자원 순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우소가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되는 건 처음이다.
사찰의 신앙 공간뿐 아니라 수행 공동체의 생활 문화가 담긴 공간까지 국가유산의 범위를 넓혀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은 화장실(化粧室)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 시골에서는 변소(便所)라는 말을 많이 썼으며 더러는 칙간, 측간, 뒷간, 똥둑간이란 말도 썼다. 《삼국유사》 권2 〈혜공왕 편〉을 보면 “7월에는 북궁(北宮)의 정원 가운데 먼저 별 두 개가 떨어지고 또 한 개가 떨어져, 별 셋 모두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대궐의 북쪽 측간 속에서 두 줄기의 연(蓮)이 나고 봉성사(奉聖寺) 밭 가운데에서도 연이 났다”는 기록이 있는데 국역본에는 ‘측간’으로 번역했으나 원문에는 ‘측청’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청 자는 ‘뒷간 청’.
뒷간에 해당하는 한자이름은 이 밖에도 많다. 서각(西閣), 정방(淨房), 청측(靑厠), 측실(厠室), 측청(厠靑), 회치장(灰治粧) 따위가 있다. 궁궐 내인들은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이라고도 불렀다. 화장실의 우리말 이름은 뒷간인데, 순천 선암사에 가면 아담한 작은 집에 ‘한자뒤’라고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찌 읽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예전엔 글씨를 오른쪽에서부터 썼기에 요즘 식으로 바꾸면 ‘뒤한자’이 곧 ‘뒷간’이다.
우리 겨레는 화장실, 곧 뒷간을 단순히 버리는 곳이 아니라 자원순환의 개념으로 바라보았다. 이동범 씨의 《자연을 꿈꾸는 뒷간》을 읽으면 뒷간은 ‘음식→똥→거름→음식’이라는 전통적인 자연순환 방식을 일구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한다.
화장실에 ‘해우소(解憂所)’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때의 일이다. 당시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 조실로 있던 경봉 스님은 두 개의 나무토막에 붓으로 글자를 써서 시자(侍者)에게 내밀었다.
하나는 ‘해우소(解憂所)’라고 쓰여 있었고, 다른 나무토막에는 ‘휴급소(休急所)’라고 적혀 있었다.
경봉 스님은 두 나무토막을 각각 큰일을 치르는 곳과 소변을 보는 곳에 걸라고 명했다. 해우소는 근심을 해결하는 곳, 휴급소는 급한 일을 보고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을 더 붙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한 것이 무엇이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야. 그런데도 중생들은 화급한 일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은 것을 바쁘다고 해.
내가 소변보는 곳을 휴급소라고 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그곳에서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러면 해우소는 무슨 뜻이냐.
뱃속에 쓸데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지,
그것을 다 버리는 거야.
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을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道) 닦는 거야.”
화장실을 해우소로 명칭을 한 이 해학적인 말속에 팔만 사천의 법문이 들어 있는 것이다. 스님은 이렇게 매사 진리는 평범하다는 것을 몸소 보이신 것이다.
지난 1966년 9월22일 한국비료주식회사가 사카린을 밀수한 일로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 중 김두한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인분을 투척한 사건이 다시 재연되어야 할 판이다.
이러한 똥 덩어리 바이러스를 박별, 민중의 근심을 풀어주는 해우소가 부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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