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권문세가(權門勢家)에도 버텨야

능산선생 2006. 3. 3. 08:11
728x90
반응형

                                                   

 

 

벼슬하는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에게는 강해도 강한 사람에게는 약해져서 아부하거나 지나친 비굴함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점에 문제의식을 잃지 않은 다산은 공직자가 행해야 할 처신에 대하여 분명한 방침을 제시하였습니다. 『목민심서』가 바로 그런 점의 해결책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권문세가라고 해서 후(厚)하게 섬겨서는 안 된다” (權門勢家 不可以厚事也)라고 「낙시」(樂施)조항에서 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그러한 원칙 아래 권문세가에도 당당하게 버티면서 올바른 공직자의 처신을 견지했던 훌륭한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거했습니다.
 
성희안(成希顔: 1461-1513)이라는 고관은 중종반정 때의 주역으로 정국공신(靖國功臣)이 되어 영의정이라는 높은 벼슬에 이른 권문세가의 인물이었습니다. 신당(新堂) 정붕(鄭鵬: 1469-1512)은 학문이 높은 선비로 그 무렵에 청송부사(靑松府使)를 지냈습니다. 성희안이 정붕에게 청송에서 많이 나는 잣(松子)과 벌꿀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답니다. 여기에 정붕의 태도를 보면 얼마나 훌륭하게 처신했던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잣나무(松)는 높은 꼭대기에 있고 벌꿀은 백성들 집안의 벌통에 있는데 부사로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물품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松在高峯頂上 蜜在村家桶中 爲太守者何由得之)라고 재치있는 답변으로 정중하게 거절했답니다. 이런 답변을 받은 성희안은 부끄럽게 여기고 영의정이라는 고관이 저 하시골의 수령에게 사과를 했다는 것입니다.
 
상관의 옳고 바른 요구와 부탁에는 의당 지체 없이 따르고 순종하는 것이 하급 공직자의 당연한 도리이지만, 아무리 높은 상관이나 권문세가라 하더라도 그 요구가 바르지 못하고 부당한 내용이라면 의연히 버티며 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입니다.
 
처음에 부당한 요구를 했던 성희안은 대신의 자격이 충분한 고관이었습니다. 부당한 요구임을 지적당하자 그냥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할 줄 알았다면, 그래도 요즘의 고관들과는 다르게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부당한 부탁을 과감히 물리치는 그런 공직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출처 : 화남초등학교 18회동창회
글쓴이 : 능산선생 원글보기
메모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