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주민소환제로 혈세 방지 나서
「주인을 찾아 살맛나는 우리고장을 만들자」라는 취지로 출발한 지방자치정부가 주인의식을 잃어가며 빚더미에 올라섰다. 잘못 선택한 단체장으로 인해 주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 재정이 고갈돼 파탄위기에 처한 지방정부가 하나 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되는 주민소환제를 통해 단체장들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새서울시청건립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정부청사가 이전할 경우 그 공간을 활용해도 충분하다.
글 _ 김 원 섭 기자 | infinew1@hanmail.net
너도나도
궁궐 청사 갖기
지방정부의 재정고갈의 주원인은 우선 대형 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단체장들은 당선된 후 위상 정립차원에서 지방정부에 걸맞지 않는 대형 청사를 지었다. 그러나 지금 호화청사는 흉물이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정부의 인구는 감소하는 상태에다 유비쿼터스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민원을 해결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동마다 주민자치센터라는 건물을 지었지만 지금은 인구감소로 사무실이 텅 빈 상태에 있다. 또 인구감소와 전자정부 도입으로 민원이 크게 줄었는데도 공무원 수는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항변한다.
경기도 용인시와 경북 포항시 외에도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행정타운 건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행정타운이 들어서면 시청과 시의회뿐 아니라 법원·검찰·경찰·교육청 등 관공서가 함께 들어서기 때문에 원스톱 민원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도 해당 지자체들은 “우리 지자체만큼은 인구가 늘 것”이라고 억지 추산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현재 행정타운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경기도.
경기도에서는 첫 번째 ‘1호 행정타운’인 용인시를 필두로 이천·성남시, 여주군, 경기도청 등 7개 지자체가 행정타운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여수동 일대에 30만평 규모의 행정타운과 공동주택단지를 2010년까지 조성한다고 지난2004년 10월에 발표했다. 행정타운에는 시청·시의회·법원·검찰청·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들어서고 4,310가구의 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아 토지보상비, 단지 조성비 등 9.287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주군의 경우 2010년까지 400여억원을 들여 2만㎡ 부지에 군청과 의회 등이 들어서는 여주종합행정타운을 지을 예정이다. 아직까지 부지 선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주군의 재정자립도가 35%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이다. 여주군은 350억원에 이르는 행정타운 조성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천시 역시 행정타운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250억원을 지방채나 경기도의 지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예산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행정타운 건립이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용인시청, 정부청사 2배 달한 용인궁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 중에는 지나치게 큰 청사를 건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곳도 여럿이다. 인천광역시의 초대형 청사 건립 계획 역시 논란을 빚고 있다. 인천시는 지상 33층, 지하 3층, 건물 연면적 4만평 크기의 초대형 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려 2,500억원의 건축비를 들여 2010년 10월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구월동 현 청사의 사무실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기로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 위상에 걸맞은 첨단 청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각 시민단체 등에서는 “멀쩡한 건물을 놔두고 새로 청사를 짓는 것은 예산 낭비이며, 인천시가 추진 중인 다른 사업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사 건립을 위한 예산 확보는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경우를 보자.
옹진군의 인구는 2004년 현재 1만 4,820명인데 옹진군이 350억원을 들여 으리으리한 호화청사를 짓고 있다. 350억원이면 국민연금 수익률 7~9%를 적용할 때 매년 25억~32억원 수익을 발생시키는 큰 돈이다. 적게 잡아 6% 수익률이라 하더라도 매년 21억원의 수익을 발생시킨다. 매년 21억원이면 옹진군 65세 이상 고령층 2,886명 모두에게 평생 매년 72.77만원(매달 6만원)씩 생활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또한 매년 21억원은 옹진군 0~4세 육아보조비로 보조할 때 유아 773명에게 매년 271.67만원(매달 22.6만원)씩 보조할 수 있는 거액이다. 물론 이자수익으로만 이들을 보조할 수 있으므로 원금 350억원은 그대로 남는다. 행정자치부에 의하면 2006년 예산자료에 기초한 옹진군 재정자립도는 20.4%다. 2006년 일반회계 예산 1,093억원 중 지방세 수입은 52억,세외수입은 171억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870억원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다.
인구 21만에 불과한 충북 충주시는 1997년 연건평 9,013평의 매머드급 청사를 지었으나 시의 인구가 정체하자 법률구조공단과 지역민방 등에 임대를 주고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광주광역시가 1998년부터 1,500억여원을 들여 완공해 지난 3월 입주한 신청사는 지하 2층, 지상 18층에 연면적 2만6,000여평으로 정부종합청사 본관보다 크다.
단체장 자신 업적심기 혈안
지자체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고 앞 다투어 청사 건립에 나서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시대가 정착하면서 자치단체장들이 청사 건립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 ‘전남’ 2개도는 현행법상 道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다. 이는 인구 2백만명 이상이어야 법적으로 道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수도권을 빼고는 영남 호남 강원 등의 기초단체는 행정상 기초단체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가 계속 감소해 가는 상태에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대형청사를 갖기에 혈안인 가운데 지방항공사 설립을 비롯, 경전철사업에도 수익성은 뒷전인 채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같이 무리수를 두면서 지자체가 청사 건립 등 대형공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대공사를 발주하면 떡고물이 엄청나게 쏟아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 교부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교부세란 중앙정부가 지방재정균형을 위해서 조건없이 무상으로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이 돈의 용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들이 남의 돈 가져다가 자기들 멋대로 쓰는 것이다.
지자체 계속지원 이자 수십억 날려
더구나 2004년까지는 용도가 제한되었던 지방양여금이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되면서 지방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욱 커졌다. 행정자치부가 2006년 기준 20조 이상의 엄청난 규모의 지방교부세를 교부하는데 그 교부기준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경직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문제해결을 위해 당연히 낭비적인 사업을 진행한 지방정부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낭비에 대하여 어떤 정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동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작업은 지방은 물론 국가의 성장잠재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경제부처, 사회부처 공직자는 물론 지방정부 대표, 국책연구기관과 국회 정책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들도 참여하여 좋은 대안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런 사안은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 아니므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지자체, 받은 돈 이자 놀이 몰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기금을 설치하거나 선심성 용도로 기금을 집행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받은 기금을 영세업자한테 융자해주면서 시중은행 금리보다 비싸게 받아 돈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단속해야 할 행정자치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탓인지 수수방관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기금은 지방자치법 제 133조의 규정에서 지방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해 포괄적인 규정만 있어 그 관리 등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허점을 이용,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의 교부세·양여금등에 의존하면서도 선거를 의식하고 선심성 경비의 조달을 위해 일반회계에 비해 집행이 자유로운 소규모 사업성 기금을 무분별하게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행자부는 지방기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지방재정법 제2조와 제30조의 규정을 근거로 지난 99년부터 16개 시·도에 ‘지방자치단체 기금운용 기본지침’을 시달해 기금의 존치여부를 5년마다 재평가하도록 한 ‘기금일몰제’를 도입하도록 했으나 2002년과 2003년에 신설한 239개 기금 중 2.5%에 해당하는 6개 기금에만 일몰제를 도입하는 등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지침의 법적 근거인 지방재정법의 규정이 재정·예산에 관한 일반원칙을 규정한 것으로서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자치기금 정비에 관한 강제력 있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실효성 없는 지침만 반복해 시달하고 있다.
특히 행자부는 각종 선거를 의식해서인 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등 13개 정액보조단체에 대해서는 일정액을 지원토록 각 지자체에 전달하고 있다. 지자체는 기금설치의 취지인 행정목적, 공익의 효율적 달성을 위한 재원의 탄력적 운영제도가 오히려 지방재원의 자의적 집행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여유자금을 금융기관에 안정성 위주로 분산 예치하고도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불합리한 지방재정운용 현상이 만연되고 있는데도 행자부는 손을 놓고 있다. 소규모 선심성 사업수행을 목적으로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지방기금 설치를 남발해 다양한 이익집단의 요구에 따라 기금의 설치 및 조성액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매년 100여개의 기금이 신설되고 있는 등 사업성 기금수와 조성규모가 계속 증가추세에 있어 재원배분의 비효율성이 갈수록 심화될 우려가 있다.
16개 광역지자체는 융자를 알선한 경영안정자금의 대출금리와 시중은행 적정 대출금리를 비교해 본 결과, 오히려 융자알선 대출금리가 시중은행 적정 대출금리보다 적게는 0.16%포인트에서 많게는 1.74%포인트까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지자체 기금관리업무를 지도·감독하는 행자부는 협조융자 대출금리의 적정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각 시도에 지원하는 「지방중소기업 육성자금」은 지자체의 눈먼 돈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평균 대출액의 1.5배에 해당하는 정부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이자금을 받을 수 없는데도 대출액의 1.5배를 초과하고 있는 경기도등은 계속 받아 금융기관에 예치해 정부가 이로 인해 50억여원의 이자를 금융기관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