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는 앞과 뒤에 각각 얼굴이 있는 쌍면신(雙面神)이다. 한 얼굴은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는 반성의 얼굴이요, 또한 얼굴은 다가 오는 미래를 설계해야 하고 또 창조해야 하는 얼굴이다.
흔히들 이 야누스의 쌍면을 두고 이중인격자에 비유하며 속다르고 것다른 야비한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인간은 자의(自意) 타의(他意)의 사이에 서 많은 과오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인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반성」이라는 스스로의 채찍으로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이 반성에 이어 새로운 창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야누스신의 쌍면을 반성과 창조로 보아 부족한 인간사의 오지(汚池)에서 반성의 청량수(淸凉水)를 만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창조의 고매한 삶을 형성해야 한다. 증자(曾子)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을 생활신조로 삼았다. 소크라테스는 『반성 없는 삶은 살아갈 가치조차 없다』고 갈타했다. 그러기에 산다는 것 자체를 부단히 자기자신을 반성하는 연속으로 여긴 성현들이 많았었다.
나는 옳은 길을 걷고 있는가, 나는 남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않는가, 나는 나의 책임과 직분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가, 나는 성실한 태도로 일해왔는가. 이렇게 우리 모드는 자기 스스로를 준엄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데 김덕룡의원과 강삼재 전의원의 최근 행보를 놓고 한나라당이 소란스럽다. 김의원은 지난 4월 부인이 구청장 공천 희망자로부터 4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때 『스스로 당적, 의원직, 또 정치적 거취등을 조속히 정리하려 한다』고 말한바가 있다. 당시 비록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었지만 김의원이 보여준 처신에 박수를 보낸 의원들이 많았었다.
그러던 김의원이 정치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개월동안 문을 닫았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도 곧 열것이라는 풍문이 도는 가운데 김의원 자신은 『주변 의원들의 만류가 컷고,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게 측근들이 밝히는 정치활동 재개의 변이다.
강 전의원은 2003년 9월 안풍(安風:옛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유용)사건의 1심 유죄판결이후 2년8개월만에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7?26 마산갑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며 『한나라당의 대선승리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 무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주장하며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승리에 기여하겠다느게 두사람의 공통된 정계복귀 명분이다. 그러나 당내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리고 5?31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절대지지를 보내준 민심이 대선승리를 위한 「역할」으로 남아 있다는 김덕룡의원의 발언과 한나라당의 대선승리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 무한책임을 다하겠다는 강삼재 전의원의 장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자못 궁금하다.
심재철의원은 「한나라당의 시계는 거꾸로 가나」라는 개인 논평에서 두사람을 매섭게 비난했다. 심의원은 『거액의 공천 비리때는 「의원직 사퇴」를 운운했던 발언이 이제 「역할에 남아있다」로 바뀌며 정치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고 김의원을 비난했다. 또 『부채의 오명에 따른 정계은퇴 선언도 이젠 명예회복이라는 미명아래 정계 복귀선언으로 바뀌었다』며 강 전의원을 나무했다. 심의원은 『국민은 한나라당에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현 정구너을 무섭게 심판한 5?31선거의 민심을 벌써 잊은것인가』라며 통탄하고 있다. 또 한 중진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돌아왔다는 두사람의 난센스이며 코미디』라고 쏘아 붙였다. 인터넷 한나라당 홈페이지도 시끌벅적하다. 한나라당의 이미지 추락을 염려하는 목소리들이다. 『여론이 바뀌는것은 순식간이다. 겨우 피어나려는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더럽히거나 발목 잡지 말라』는 등의 글이 수없이 오른것이다.
그런데 김?감 두분이 그동안 얼마만큼의 반성을 하고 정계복귀를 결심했는가가 도마위에 올려져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두분의 정치복귀가 야누스의 쌍면인 「반성」과 「창조」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이중인격의 야비한 치한(痴漢)으로 전락 되는지 가려져야 한다. 우리는 갓 피어나는 한나라당의 꽃에 때없는 된서리가 내리지 않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