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陶淵明의 「귀거래사」를 읊지말고

능산선생 2006. 6. 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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좬돌아 갈 지어다…/ 지나간 일은 고칠 수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는 참 인생을 좇아야함을 알았노라/ 실로 길을 잘못 들음이 그다지 오래지는 않았으니/ 지금 가는 이 길이 옳고 과거가 글렀음을 깨우치노라…… 』

도연명(陶淵明)의 이 귀거래사(歸去來辭)는 모든 산림처사(山林處士)들이 바라는 이상(理想)이요, 모든 시대의 청백리들이 오탁악세(汚濁惡世)에서 그리워하는 세계이다. 인간에게는 귀소본능(歸巢本能)이 있다지만 이와는 달리 현재 처해져있는 자기의 위치와 형편을 살펴보고 『이것이 아닌데』 싶을 적엔 훌쩍 그 현실에서 떠나고자 하는 감정이 물 밀쳐 오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2008년 2월 퇴임 후에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마을에 정착하기로 작정하고 자신의 집과 경호원 숙소를 지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고향친구인 이재우 진영읍 농협조합장은 대통령이 수개월전에 나에게 고향에서 살겠다고 말했으며 『지금 집 지을 곳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은 나에게 「내 집 근처에서 당신도 같이 살자」고 하였으며 「울산·대구 등지에 살고 있는 다른 고향친구들에게도 봉화마을로 돌아와 같이 살자고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퇴임 후 거처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귀향으로 방향을 정했으며 자택부지가 정해지는 대로 9월께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퇴임 후 귀향하는 첫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귀향 발표는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1년 6개월이란 짧지 않은 잔여임기를 두고 벌써부터 퇴임이후 살 곳을 정해놓고 옛 친구들을 불러 모아 즐길 것을 계획하고 있으니 이 정권이 이미 레임덕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도 생각된다.

그것은 내 자신이 자원하여 국민의 지지를 얻어 맡은 대임을 자포자기하는 무책임한 소치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레임덕도 아니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불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애당초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던 노 대통령은 임기만료 기일만 기다려온 인상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러다가 5.31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의 매를 호되게 맞자 보따리 쌀 방향으로 생각을 돌린 인상이 짙어있다.

2004년 총선에서 국회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면서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던 여당이 불과 2년 만에 어찌 이렇게도 몰락되었는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남은 임기 동안에라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세밀히 성찰시정(省察是正)하여 다음 주자에게 참신한 정권을 물려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말부터 시작하여 툭하면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네편 내편으로 나누다 못해 이제는 사회 모든 현상을 「양극화」란 용어로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었고 집권세력의 정책에 반대하면 「수구꼴통」이라고 몰아 붙였다. 그런 끝에 5.31 국민 매를 호되게 맞은 것이다. 네탓 내탓하면서 싸울 것이 아니다. 집권세력 전체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탈당이니, 정계개편이니 하는 정치적 술수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망상도 버려야한다. 이제 국민은 그런 속임수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만이 해법이다. 이 통합정치로 기선을돌려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하고 물러서야한다.

계절은 성큼 7월로 들어섰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받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

이육사(李陸史)의 『청포도』처럼 노 대통령은 정치일정을 깨끗이 마친 후 백의(白衣)를 입고 찾아든 고향친구들과 어울릴 수가 있다. 그러나 『… 아- 돌아왔노라/ 세인과의 사귐을 모두 쉬고 모든 교유를 끊고 싶어라/ 세상과 나는 모두 잊어버리자/ 다시 벼슬한들 거기서 무엇을 구하리……』와 같은 염세풍의 「귀거래사」를 읊는 노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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