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정신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 선각자는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선생이다. 도산은 1924년 ‘동포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당신은 이 나라의 주인입니까. 주인이란 무엇이냐. 책임을 지는 자입니다. 우리는 민족사회에서 영원한 책임심(責任心)을 가져야 합니다."
주인정신은 바로 책임정신이다. 한 가정이건, 한 사회건, 한나라건 그 집단의 구성원들의 주인정신이 얼마나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그 단체의 영고성쇠(榮枯盛衰)가 좌우되는 것이다. 주인정신이 강하면 흥하고 주인정신이 약하면 쇠망한다. 그런데 지난번의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의 단장이 안하(眼下)에 무인(無人)격인 발언을 했다. 그는 한·미군사훈련 중지와 국가보안법폐지를 주장하고, 그들의 혁명열사릉 등에 대한 남측 인사의 참배 허용도 요구했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발언은 북한내각 책임참사인 권호웅 북한대표 단장이란 인사가 “북의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전을 도모해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덕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발언 장소가 이 나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이며 19차 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 기본 발언이어서 충격의 도가 심하다.
‘선군'이란 무엇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장한 북한 통치방법으로, 군대를 모든 것에서 우선 시 함으로 군부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미사일과 핵개발 등으로 군부세력 증강에만 몰두하겠다는 무력우선통치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선군정치가 '남측의 안전을 도모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쌀 50만t과 비누.신발 등 경공업 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미제의 침공에 맞서 핵과 미사일로, 북은 물론 남도 보호해주고 있으니 남측은 그 대가로 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북측은 미사일 발사라는‘정상적 군사훈련'을 할 수 있지만 남측은 군사훈련을 하면 안 된다는 강변도 같은 맥락으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한국을 조공국(朝貢國)내지 예하(隸下)속국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막힌 지경에 이르른 것은 우리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으로 해석이 된다. 대통령이 모든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는 등 지원을 못해 안달을 부렸고 국제범죄인 위폐나, 처참한 북한 인권문제 등에서도 북한을 감싸오지 않았던가. 심지어 미사일을 발사해도 당사자인 북한보다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일본을 탓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다행히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미사일 상황 타개까지 지원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저들은 회기 하루를 남기고, 전세기로 돌아갔다.
도대체 우리의 조국 한반도는 누구의 것인가. 그 주인은 누구인가.
저들 붉은 군대가 6·25남침으로 우리 강토를 피로 물들였을 때 우리의 젊은이들과 우방의 용사들이 피 흘려 지켜온 한반도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는 역사의 제물이 되지 말고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주인정신이 투철할 때 외부의 사악(邪惡)한 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