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 infinew1@hanmail.net
국민을 참여시켜 여론과 토론을 통해 정부를 이끈다던 노무현 참여정부는 지금 참여는 없고 독선과 아집으로 국가를 운영해나가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권말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시스템으로 움직이겠다던 참여정부의 인사정책은 권력의 실세를 곳곳에 심기에 혈안이다. 지역갈등차원에서 인사의 탕평책을 펼친다던 노무현 정권은 부산지역 출신을 비롯, 출신고 인맥을 집중적으로 심고 있어 낙하산 인사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인사정책으로 인해 집무와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어 혈세낭비를 떠나 국가 관리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고 있다. 자기 사람 심기에는 혈안인지라 타인들의 진입에 대해서는 청와대를 비롯, 모든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막고 있다. 그 예가 이강두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 회장 당선자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취임 승인 거부.
말기 지역 출신고 직접 챙겨
노무현정부의 첫 출발 인사정책은 코드였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느냐가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배려 인사정책보다는 이를 우선시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중반에 접어들면서 코드에서 벗어나 배려정책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 정부는 노 대통령의 측근들을 정부기관 주요 포스트에 배치했다. 특히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을 전후해 자리를 차지했던 여권인사 중 상당수가 임기만료 시기가 오자 드러내 놓고 자기사람심기에 나섰다. 석유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대통령의 지역출신이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 인사파동도 지역출신 때문이다. 거래소 상임감사에 386세대 운동권 출신의 김영환(42) 공인회계사를 내정했다는 소문이 나돌자 노조가 반발한 것이다.
이용국 노조 위원장은 “거래소 팀장급 수준 이하의 경험과 실력을 가진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하루 거래대금 4조원의 거대 조직에 걸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여권 관계자는 “그는 부산 출신의 386그룹과 가까운 편이며 2002년 대선 캠프와 5.31 지방선거 때 강금실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감사 선임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뿐 (내정 사실을)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같은 여의도에 있는 화재보험협회 신임 이사장 추천을 둘러싸고 ‘낙하산인사’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화보협회 노조는 이번 신임 이사장 추천이 공직자윤리법에 위배된다며 이사장 공개모집을 요구하고 나서 새 이사장 선임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6월16일 화보협회는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신임 이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정무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신임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번 추천은 박정훈 현 화보협회 이사장의 임기가 이달 22일로 만료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달 21일 화재보험을 취급하는 10개 손해보험사로 구성된 사원총회에서 제정무 이사장 후보의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제 이사장 후보가 이사장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사원총회에서 찬반투표를 거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선임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화보협회 노조는 공직자 윤리법에 위배된다며 이사장 공개모집을 요구, 지난 19일부터 철야농성이 돌입했다.
코드 안맞는다고 거부… 강력 대응
이강두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 회장 당선자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취임 승인 거부의 결정적 근거가 된 후보추천위 운영규정의 ‘정치적 중립’조항의 삽입 배경에 대해 국체협과 문광부의 주장이 엇갈려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문화부는 지난 7월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체협 측이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발적으로 ‘정치적 중립’이란 문구를 회장 응모자격 및 심사기준 요건에 명문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화부는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하면서 “국체협 회장 재선출을 통보한 이유가 이강두 신임 회장이 야당 국회의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특정 정당의 당적을 보유한 정치인은 국체협의 회장 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상 정치적 중립 인사 요건과 부합하지 않다는 법률 자문 결과에 근거한 행정행위(처분)”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체협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조항을 삽입한 것은 문화관광부의 ‘압력성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13일 지난 5월16일자로 문광부가 발송한 ‘생활체육 정책 등 우리 부 방침’이란 공문을 공개했다. 이 공문에는 ‘국민생활체육협 의회의 기관장은 생활체육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을 뿐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리더십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가 선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국체협 관계자는“문광부의 요구에 따라 공문을 받은 다음날인 5월17일 이사회를 열어 이 조항을 넣은 운영규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체협 회장 후보 승인 거부가 문광부와 국체협간의 ‘진실게임’으로 번지게 됐다.
한편 공개 모집을 의무화한 92개 정부 산하기관의 기관장 중 범여권 출신 인사는 21명으로 전체의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관 부처나 다른 부처 관료 출신은 42명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 산하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밀실 인사 논란을 막고 임명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2004년 4월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제정해 기관장 공모를 의무화했다.
현재 대상 기관은 92개. 이 중 열린우리당이나 새천년민주당 또는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등 김대중 정부 이후 여권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기관장은 15명(16.3%)이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거나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6명(6.5%)이었다.
관료 출신은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42명(45.6%)이었다. 이 중 36명은 해당기관의 소관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는 산하 기관 7곳 가운데 5곳의 기관장이 건교부 고위직 출신이었으며, 노동부 산하기관 6곳 중 4곳의 기관장이 노동부 고위직 인사 출신이다.
반면 외부 전문가 출신으로는 LG아트센터 운영국장을 지낸 김주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 대표이사를 지낸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삼성SDS 시니어 컨설턴트를 지낸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장 등 13명(14.1%)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정치인 낙하산 인사’논란에 대해 정부가 해명해 온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공기업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자 “능력과 인품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잘 훈련된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권력입김 상전. 추천위는 들러리
기관장 공모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여 인사 자리 챙기기, 퇴직 관료 밀어넣기의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코드 인사’를 우선하는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일부 권력 핵심의 행태가 공모제를 코드 인사의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로 인해 기관장 공모에 응모했던 인사들을 포함한 여권 주변부에서까지 정권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정산법)의 적용을 받는 정부 산하기관이 새로 기관장을 선정할 때는 이사회에서 5∼15명으로 기관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이때 위원 중 절반 이상은 법조 경제 언론 학계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인을 선임해야 한다. 권력기관 등 외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공정한 인사를 뽑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민간 위원들은 “생각만큼 뜻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모한 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의 경우 “행자부가 이사장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현직 간부를 내정하고 밀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 내 ‘인사 운동’의 배경에는 정권 말기에 자기 몫을 찾으려는 욕구가 깔려 있다. 기관장·감사의 거액 연봉(1억2000만~1억3000만원)과 판공비, 업무 차량, 그리고 자리에 따르는 경력 관리와 인맥 구축 등은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을 전후해 자리를 꿰찼던 여권 인사 중 상당수가 임기 만료시기를 맞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여권 실세끼리 부딪치는 상황까지 나온다는 후문이다. 자칫 권력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런 현상은 김영삼·김대중 정권의 말기에도 있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사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 장준영 전 청와대 비서관 내정설이 도는 가운데 신부식 전 열린우리당 시흥시장 후보, 이선룡 전 금강유역환경청장이 거론된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 선임이 오리무중이어서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재출범한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원장에는 권재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전격 발탁됐다. 산하 기관에 일단 자리를 잡은 뒤 기관장으로 승진한 여권 인사도 있다. 손주석 환경관리공단 이사장과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그런 사례다. 이들은 모두 ‘40대 기관장’이다.
가스안전공사 사장,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건강보험공단, 전기안전공사 등의 임원 자리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올 들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감사직에 몰리는 현상도 주목된다. 기관장과 비슷한 대우를 받지만 책임과 업무량은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기관장으로 가려면 인선 절차도 까다롭고 출근 저지 투쟁 등 내부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공기업 관계자들은“특정 정파, 특정 코드의 인사들이 감사직을 맡아 공공 부문의 효율과 투명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