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남과 수많은 기회와 내면적 길에 들어서고자 하는 결심 덕분에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직업을 직접 살아낸다는 것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감내할 수 있게 돕는 삶의 기술을 체득하여 좀 더 깊이 기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뇌성마비 장애인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앙이 한말이다.
졸리앙은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그때 생긴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되었다. 3살 때부터 17년간 요양 시설에서 지냈고, 온갖 고통과 어려움이 그를 괴롭혔지만 기숙사 근처, 책에 파묻혀 사는 한 노인을 만나 책을 읽게 되면서 철학의 매혹을, 정신에 관한 것들이 주는 희열을 맛보게 되었다고 한다.
44번 째 생일을 맞이한 장애인의 날은 본래 민간단체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만들었다. 단체는 지난 1972년부터 자신들의 정기총회일(4월 20일)을 민간기념일 ‘재활의 날’로 지정했는데, 1981년 전두환 정부가 이를 받아 4월 20일을 ‘심신장애자의 날’로, 이듬해인 1982년엔 ‘장애인의 날’로 재지정했다.
1981년은 유엔(UN)이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한 해로, 전두환 정부의 장애인의 날 지정도 이에 영향 받았다. 유엔 측의 촉구로 당해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현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의 날 법정 기념일 지정의 근거가 됐다.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함께하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의날’을 이틀 앞둔 18일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의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은 18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앞에 모여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의날’ 기념식을 열었다. 무대 앞에는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같은 글귀가 적힌 리본을 묶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고 적힌 조끼를 입었다.
최용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정부가 장애인의 날이라고 마음껏 즐기라고 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애인들은 “아니요!”라고 외쳤다. 행사에 참석한 비장애인 활동가들은 바닥에 누워 “투쟁”이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집회에서도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인도에 있던 장애인들은 행사 장소인 바로 옆 차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경계석을 넘지 못해 경사로를 찾아 한참을 줄지어 이동했다.
문재인정부의 대선 공약과 20대 국회 주요 정당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정이 좌절된 권리보장법은 휴지조작이 되고 윤석열 정부로 넘어갔지만 휴지통 속에 있다.
특히 ‘이대녀’ 폄하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 되었던 이준석 전국민의힘 대표(개혁신당대표.국회의원)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장애인을 건드리면서 사회폄하로 선거에 악용했다.
노인장애인과 1인 장애인 가구의 증가로 장애인들의 고독·우울증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은 매우 국한적이고 제한적인 실정이라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설비리와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사회복지 시설의 폐쇄적 운영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사자는 벌금형만 받은 경우에는 채용되는데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형의 집행유예만 선고받은 사람은 그 유예기간만 끝나면 다시 종사자로 근무할 수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시설장 및 종사자들이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장애인 학대 범죄자에 대해서는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규정을 신설하여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인권침해가 발생한 시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은 시설거주자에 대한 폭행·성폭력 등 중대한 불법행위로 인해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때 1차 위반 시에도 시설의 폐쇄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는 시설폐쇄를 명령할 수 있는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는 장애인거주시설이 1차 위반시에도 시행규칙에 따라 시설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재량권이 있지만 1차 개선명령, 2차 시설장 교체 등 단계를 거친 후 3차에 시설폐쇄 명령을 내리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장애인이 일하지 않는 이유로는 ‘업무수행이 어렵다’가 꼽혔고, ‘장애이외 건강문제’, ‘일할 필요가 없어서’, ‘일자리가 없어서’, ‘원하는 임금수준의 일자리가 없어서’ ‘차별과 선입견’ 등이었다.
이같은 장애인의 차별속에서 위정자들은 복지! 복지! 외치며 정치를 점령하고 있지만 진정 장애인들에게 돌아오는 빛 좋은 개살구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표를 의식해 행동한다고 치더라도 사법부까지 장애인 차별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10년전 외딴 섬 염전에서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린 악덕 업주는 집행유예로 석방, 공식 석상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지방의회 의장은 가장 가벼운 형벌인 선고유예 판결로 최근 사법부가 국민적 지탄을 받는 피고인들에게 잇따라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지금 장애인은 2차 장애나 합병증 때문에 정기 건강검진이 꼭 필요한데도 시간과 노력이 배로 많이 들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이유로 중증 장애인 절반이 건강 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은 건강 취약 계층인데 건강 검진을 받지 않으면 2차 장애라든지 만성 질환이 더 악화되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는 의료비용, 사회경제적비용, 간접비용들이 배로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여소야대인 22대 국회에서는 선택의정서를 채택하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주장하기 바란다.
한국정부는 UN 장애인권리협약을 2008년 비준했지만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UN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와 장애인계의 요구가 계속됐지만 현재까지 선택의정서는 비준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국회는 특별교통수단 운영, 장애인 평생교육법 등의 제정 및 개정을 재차 요구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마음을 가질 때 장애인 인권침해가 비로소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이 겪는 문제 또한 불통이나 불화가 아니라 차별이다. 필요한 것은 소통과 화합 이전에 차별철폐다. 장애인의 날에 반대하는 장애인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함께하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 슬로건처럼 그리고 선생님을 사랑한 그 중학교 학생들처럼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포용과 배려로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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