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 세상-韓牛등급’수능➨‘공정하다는 착각’

능산선생 2024. 11. 1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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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의 문항이 고르게 출제됐다고 수능 출제위원장이 밝혔다.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기본방향 브리핑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출제됐던 내용일지라도 문항의 형태, 발생, 접근 방식 등을 변화시켜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수능과 6·9월 모의평가, 수능 응시자 접수 현황 등 네 가지 데이터를 활용해 과목별 ‘N수생’ 비율을 추정하고, N수생과 재학생의 (선택과목별) 평균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응시집단의 특성과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해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IMF 시기를 거치며 계층 격차가 심화되었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더는 메울 수 없는 초격차가 되어버렸다. 이 초격차는 단순히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만이 아니라 좋은 직업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확보하는 형태까지 세습하게 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양극화의 중심에 교육이 있다. 현대사회가 귀속주의에서 업적주의로 전환되면서 세습되는 계급대신 획득하는 계층이 사회 체제의 근간이 되었다. 계층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동할 수 있었으며, 그 매개가 능력주의에 근거한 교육 시스템이었다. 이는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고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게 되는 매우 공정한 룰처럼 보인다.

이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서울 대치동의 사교육 시장은 성수기와 극성수기뿐이다. 대학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변화된 입시에 맞추어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곳이 바로 대치동을 위시한 사교육 시장이다. 문제는 사교육을 감당할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력은 기본이고, 사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물리적 거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결국 서울에 사는 중산층 이상 가정 학생들과 그 외 학생들 간 사교육 접근성은 학력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쪽 비중을 늘리든 중산층 이상 부모는 자녀 교육에 많은 자본을 투여할 수 있다.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아이들의 순위는 정해지며 그 순위가 부모의 계층을 세습하는 통행증이 된다. 지금껏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수많은 정책이 추진되었음에도 교육격차가 심화되는 것은 매우 암담한 일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공정한 능력주의 담론이 상위계층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일반 전형의 경우에도 그 이면을 잘 살펴보면, 과연 경제적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면에서 부정입학 사건은 능력주의 이상을 기반으로 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위협하는 광범위하게 만연된 사회의 불공정을 표면화시킨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행 수능이 학생들의 꿈이나 희망, 역량, 성장과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획일적 줄세우기식 시험으로 치러지다보니 학생과 학교는 그냥 여기에 끌려갈 뿐 미래에 대한 교육비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및 유럽의 대학 입시제도는 대학의 특성에 맞는 인재를 뽑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저마다 "내가 좋을 때 내 멋대로 뽑겠다"는 식이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날짜나 형식이 따로 없다. 이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입 전형 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전형 (Regular Admission)의 경우는 대개 12월말(12학년 1학기중)까지 원서를 접수 받아 그 결과를 3~4월에 통보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11월중 원서를 마감하는 한국과 유사한 조기 전형(Early Admission)과 원서 마감일이 따로 정해지지 않는 수시전형(Rolling Admission), 학년 초가 아닌 학년 중간에 입학하는 중간 학기 입학(Midyear Admission) 등이 있다.

수능 결과라는 것은 점수다. 어느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몇 점, 또 어느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몇 점. 이런 점수라고 하는 것이 대학의 서열을 계량적으로 표시해주는 것이고, 그걸 통해서 대학 서열이 객관적으로 고착되고 유지되고 있다.

교육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수능은 사교육을 구조적으로 조장하고, 학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정신을 노예로 만들어 진정한 경쟁력이 생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1,2,3,4,5등급이라는 한우 등급 같은 숫자에 매여 살 수밖에 없다. 앞의 세대들이 만든 역사를 외우고 반복하느라 귀중한 청소년의 삶을 허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기회를 원천부터 상실해버린다. 그리고 단답형에 익숙한 속물인간이 되어버린다.

원래 수능은 언어와 수리등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 소양을 측정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은 자격시험 비슷한 정도로만 쓰면 딱 좋았다. 요즘 수능은 일등서부터 꼴찌까지 서열화되고 있다. 그렇게까지 경쟁을 심화시키니까 학교서열이 공고하게 되고 죽는 사람도 생기고 가장 중요한 학생 스스로의 자존감마저 깨져버린다.

고등학교는 고등학교대로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해놓으면 대학에서 나름대로 무슨 방법을 쓰든 각자 알아서 뽑아가는 자체적인 학생 선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사교육비 절감과 교육 자율화를 위해 수능을 그저 운전면허시험처럼 변형하고 “개천에서 용났다”는 대학 스스로 선발하는 한다.

혼밥속에 공부한 수험생들, “이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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