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農也者天下之大本也. 民所恃以生也”(농야자천하지대본야. 민소시이생야: 농사는 천하의 가장 큰 근본. 백성들은 농사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漢書』「文帝記」조서(詔書)
예나 지금이나 농사는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근본으로 삼아 왔다.
그래서 『管者관자』에는 말하기를, "창고가 넉넉해야 백성은 예절을 알며, 배가 부른 다음에야 영욕(榮辱)을 알게 된다(凜實知禮, 衣食足知榮 늠실지례 의식족지영.)"고 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았다. 이같이 정한 것은 한 해의 농사, 특히 농업의 근간인 쌀농사 추수를 마치는 시기로서 수확의 기쁨을 온 국민이 함께 나누는 국민의 축제일로 하기 위한 것이다. 또 11월 11일은 한자로 土月土日로 농업과 관련이 깊은 흙(土)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즉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업 철학이 담겨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란 식량 기지의 역할, 저장하는 댐 역할, 지하수 저장 기능, 대기 중 온도를 낮추는 대기 냉각 기능, 지구 온난화 속도를 완화하는 완충 지대의 기능, 농경지의 유기 탄소 저장 기능 등을 말한다.
반면 11월 11일로 원래는 아무도 관심 없을 정도로 묻힌 날이었으나 점차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가는 ‘빼빼로데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언론 등지에서는 이 날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빼빼로데이’는 1993년 무렵 영남지방의 한 여자 중학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업체인 롯데제과등 제과업계는 이듬해 11월 11일을 기해 ‘빼빼로 무료 증정행사’를 하면서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 상술로 청소년의 호주머니 돈을 강탈했다.
상업적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막고자 이 날이 생겨서 빼빼로데이가 먼저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농업인의 날이 더 먼저 생겼다.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교류하게 한다’는 뜻의 ‘개방’은 원래 좋은 말이다. 우리가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것이 새로운 세상과 교류함으로써 견문을 넓히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외국의 진귀한 과일과 채소를 맛보고, 한국의 풍토와 기후에서는 나기 어려운 커피나 차를 음미하며, 다른 나라의 전통음식과 식생활을 경험해 봄으로써 식食과 관련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한다. 바나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나나는 한국의 농업 생산을 기초로 한 전통적인 식탁에서 귀하고 이색적인 것이었고, 바로 이런 특수한 지위 때문에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바나나, 이렇게 수입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는 동안, 우리 농업은 소리 없이 쪼그라들었다.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논과 밭은 줄어들었으며 농부는 가난하게 늙어갔다. ‘개방’이 약속했던 ‘풍요’는 사라지고, ‘개방’은 곧 ‘약탈’과 ‘불안정’의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복잡한 도시생활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시골 동네를 찾은 청춘의 로맨스의 청년들이 새로운 이상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행렬 가운데 30대 가구수는 전년 대비 12.7% 늘어난 1362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0~40대 젊은 층의 귀농 비중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택한 이유는 다양하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무한경쟁은 직장에 들어가서도 계속되고, 그마저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치솟는 집값과 물가는 청춘들을 자꾸만 도시 밖으로 밀어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가뜩이나 팍팍했던 도시에서의 생활이 더욱 숨통을 옥죈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청춘들의 지난 여름 휴가 트렌드는 ‘촌캉스(시골+바캉스)’였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여행 삼아 떠난 그곳에 반해 귀농·귀촌을 꿈꾸기도 한다.
젊은 농부들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팜’을 이용, 어느 분야 못지않은 첨단 분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이루고 있다. 젊은 귀농인들은 첨단 농기계를 전기차 테슬라에 빗대 ‘농슬라’로 부른다. 실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자율주행 트랙터까지 나와 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도 확산되고 있다.
젊은 인구들이 농촌에 뛰어들면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자연히 해결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고령의 노인들만이 지키던 텅 빈 농촌은 활력을 되찾고 창업의 열기로 넘쳐날 것이다. 젊은이들 뿐 아니라 은퇴자들에게도 농촌은 분명히 기회의 땅이다.
‘농업인의 날’에 ’빼빼로데이‘이기도 하다. 빼빼로데이만 챙기는 젊은이가 많아지면서 상업적 마케팅에 농업인의 날이 가진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잘못된 데이 마케팅을 반성하고 11이라는 숫자가 가래떡과 비슷해서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주고받는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가래떡 데이’로 정착 되었으면 좋겠다.
오는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조청에 가래떡을 발라서 합격을 축하하는 것도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身土不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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