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사법관으로서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사법부의 위신을 위하여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야 합니다”
김병로 대한민국의 초대 대법원장이 1954년 10월 전국법원 수석부장판사 회동에서 한말이다.
대법원장 재임 9년 3개월 동안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밖에서 오는 모든 압력과 간섭을 뿌리치고 사법권 독립의 지초를 다졌다. 사법부에 압력을 가하는 이승만 정권과 심심찮게 대립각을 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1950년 3월 국회 프락치 사건 판결이다. 법원은 ‘프락치’로 지목된 국회의원 13명에 대해 징역 3~10년의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내렸다.
이 판결과 안호상 전문교부장관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윤재구 의원의 횡령사건에 대한 잇따른 무죄 선고는 이승만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1952년 부산 정치파동 직후 대법관들에게 “폭국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법부의 독립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의원의 조부인 김병로에게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성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 명제였다.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이 작고한 날이다.(1964년 1월13일)
그러나 지금 사법부가 부러진 화살이 되어가고 있다.
“내게 인내를 심어 주던 달빛 깊숙이 비치는 숲속 고향길/고향길 가르쳐 주던 희망과 인내를 조국 강산 위에 뿌려 놓고 그날 다시 찾아오리다.”
2014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학생 때 쓴 시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그는 지금 사법농단 사태의 양승태를 제치고 국민의 불신을 가장 많이 받는 대법원장으로 기록될 위기에 처해 있다.
10월 초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 결과는 ‘사퇴해야 한다’가 48%로,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 35%보다 크게 앞섰다. 또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도 사퇴가 47%로, ‘사퇴할 필요 없다’ 39%보다 많았다.
그의 강경 보수 성향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평균적인 보수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그가 대법원장이 되면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어렵게 형성된 사법개혁 기조에 역행하는 일을 벌일 게 뻔했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랬다.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이 추진한 여러 개혁 조치에 제동을 걸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강화하려다 사달이 난 게 바로 사법농단 사태였다.
새해 들어 한겨레-한국정당학회 유권자 패널조사에서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1차 조사와 2차 조사에서 4.0점을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3.9점을 기록했다. 법원의 기관 신뢰도는 진보층 유권자에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2차 조사에서 3.8점의 신뢰도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3.3점으로 0.5점이 떨어졌다. 윤석열 내란 사건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더딘 재판 진행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진보 유권자층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수층에서 법원의 신뢰도는 2차 조사(3.8점)에 견줘 0.4점이 오른 4.2점을 기록해 진보층에서 떨어진 신뢰도를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도층에선 2차 조사에서와 같은 4.2점이었다.
사법부 수장이 저울추를 잘못 맞춰 사법부가 風飛雹散(풍비박산 )에 처했다.
지금 사법부는 국민적 불신과 분노,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그래서 조희대 없는 대법원, 지귀연 없는 재판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법부 내 독립 감찰기구 설치, 사법기관 지방 분산 필요성도 거론했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책무는 사법부와 법관 독립 수호다. 거짓을 가려내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 사법부의 존재 이유고, 그 꼭대기에 대법원장이 있다.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지키지 못해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검찰조직이 장악한 尹은 사법부까지 검찰공화국의 블랙홀로 만들다가 회오리 속으로 사라졌다.
이승만 전대통령이 1956년 국회연설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의 유례가 없는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사법부를 비판하자 김병로 대법원장은 “이의가 있으면 항소하라”라며 맞대응했다. 진보당의 조봉암이 간첩 혐의로 구속된 날(1958년1월13일) 지금 부러진 사법의 화살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이런 김병로의 수장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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