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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란-북한의 核이 다른 이유

능산선생 2006. 3. 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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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인도 간의 협력 확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 이루어진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민수(民需)용 핵 협력 협정에 최종 합의했다. 작년 7월 인도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채택된 미국·인도 공동 합의문의 후속 논의가 마무리되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은 인도가 보유한 총 22기의 원자로 중 8개의 군수용 원자로는 문제 삼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의 민수용 원자로에 대해서는 이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두는 조건으로 인도의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 기술, 장비, 연료 등을 제공할 것임을 밝혔다. 이제 인도는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도 인정받고 핵에너지 개발의 전기(轉機)도 마련한 셈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은 인도가 5대 핵 국가만 누려 오던 공식적인 ‘핵 클럽’ 멤버의 대우를 받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민수용 원자로 기술과 장비의 수출시장을 확보한다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인도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서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에 대한 개입 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랫동안 인도에 공을 들였으며, 미국이 그러한 인도를 감싸 안지 않으면 이들 아시아의 대국을 적절히 견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미국·인도 간 핵에너지 협력 시대의 돌입을 목격하면서 찬반양론으로 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NPT 체제 내에서 핵 안전조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온 비핵보유국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이란과 북한으로서는 핵무기를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은 뒤 미국에 필요한 존재가 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같은 핵무기라도 인도는 오히려 뒤를 봐주고,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 하며, 북한은 경제 압박으로 풀어 가려 하니 핵 확산을 막고자 하는 미국이 세 개의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법하다.

그러나 이번 인도의 경우 국제 핵 비확산 질서의 공고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핵무기 기술을 한 번도 바깥으로 유출한 적이 없는 인도가 미국과의 핵에너지 협력을 계기로 이제부터는 IAEA와 자발적 안전조치 협정도 체결하고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도 지키겠다고 하니 NPT 체제는 오히려 힘을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편의주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설 법한 유럽, 중국, 러시아도 이러한 측면을 의식해서인지 의외로 말을 아끼고 있다.

NPT 체제가 내포하는 불평등성이란 “왜 먼저 가진 핵은 괜찮고, 나중에 가지는 핵은 안 되는가”라는 불만으로 요약된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국제정치에서 평등이 보장된 일은 인류 역사상 없다. 핵전쟁을 예방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핵을 가진 자끼리의 관리 조치를 성실하게 촉구하되(핵 군비통제), 핵을 가지지 않은 자끼리는 갖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짐하는 방안(NPT 체제)을 병행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경우와 같은 처우를 미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지만 크게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 정부가 대미정책을 전격적으로 바꾸어 국경 근처의 테러주의자들을 소탕하는 데 협조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파키스탄은 핵무기 기술을 유출한 전력(前歷)이 있으며 국민의 반미 정서 또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행여 북한이 인도의 선례를 들며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한을 핵 포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이 대응해야 할 논리는 명확하다. 인도는 핵 비확산 질서에 동참하는 각종 의무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에, 아무 약속도 없이 처우만 바라는 북한과는 다른 경우이다. 또 이란은 어쨌거나 현재 NPT 회원국이고 회원국으로서의 의무 수행과 권한을 따지는 상황인지라 NPT를 박차고 나간 북한과 비교할 대상은 아니다. 한국은 인도의 사례가 북한 핵 문제에 불필요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차단함과 동시에 세계 원자력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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