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어린이는 문명과 언어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단어 ‘어린이(child)’에서 파생된 두 형용사 ‘순진한(childlike)’과 ‘유치한(childish)’은 어린이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순진’과 ‘유치’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다. 유치하고 순진해야 거침없는 추진력과 표현력이 나온다.
5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1919년의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1923년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가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다.
1945년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로 정하여 행사를 하여왔으며, 1961년에 제정, 공포된 ‘아동복지법’에서는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하였고, 1973년에는 기념일로 지정하였다가 1975년부터는 공휴일로 제정하였다.
그러나 2040년이후에는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 날’이 될 수 도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역대 최저인 0.78명으로 주저앉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가 10년 전 절반 수준인 25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여론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지출한 예산의 액수는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고 알려진 프랑스(31.0%), 독일(25.9%)의 절반 이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저출산대책 예산이 실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해 저출산대책 예산의 용처에는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는 내일채움공제사업이나 디지털 분야 미래형 실무인재 양성사업, 심지어는 첨단 무기 도입으로 군사력을 보강하는 것까지 포함됐다.
15일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가별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을 보면 우리나라는 12.2%에 불과하다. 1990년 2.6%에서 2019년 12.2%로, 그나마 증가했지만 OECD 평균(20.0%)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해당 지출액이 우리보다 낮은 OECD 회원국은 전체 38개국 중 튀르키예(12.0%), 칠레(11.4%), 멕시코(7.5%)뿐이다.
특히 GDP 중 가족 관련 지출 비중의 경우 한국은 2018년 기준 1.2%로, 프랑스(2.9%)의 절반 이하이며 독일(2.3%)의 절반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접수된 아동학대신고 건수는 19만 3847건이다. 2017년 3만 8929건에 비해 2021년에는 5만 2083건으로 34%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아동학대 신고 중 42.6%인 1만 6026건이 중복학대의 유형으로 나타났고,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91명으로 확인되었다.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법적·제도적 정비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근시안적인 정책에 머물고 있다. 아동학대 사범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아동학대 혐의자 100명 중 99명은 벌금조차 내지 않고 ‘교육’ 수준의 미미한 처벌만 받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아이들의 4대 권리인 생존·발달·보호·참여권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생존·발달·보호권은 어른의 관점만 포함된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는 말은 헛물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1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4차 국가보고서 심의결과’ 보고서를 통해 “아동을 포함하는 공개 대화를 통해 예산 수립 과정의 투명성 및 참여제도를 보장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 낳고 키우려는 의욕이 있겠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도 1.17명에 머물렀다. 출산율 수준이 지속되면 100년안에 한국이라는 민족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자연히 한국어도 만주어처럼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언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인구 감소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둔화시키고, 더불어 진행되는 노령화는 생산인구가 부담해야 할 부양비를 높여 사회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어린이 아니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층, 박근혜, 윤석열 두 대통령은 부모가 품을 어린이가 없다.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보면 안다.’는 속담처럼, 어릴 때 어떻게 기르느냐에 따라 그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자녀는 부모의 무릎으로, 교사의 가슴으로 길러져야 한다. 기둥과 들보가 될 만한 인재를 동량지재(棟樑之材)라고 한다. 어린이는 장차 가정과 나라의 중심이 되는 棟樑之材요, 이 땅의 보배들이다.
어린이 날, 이 푸르름을 어린이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방정환 선생께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으시고 고이 누워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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