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품 안의 자식이란 사전적 의미로 ‘자식이 어렸을 때는 부모의 뜻을 따르지만 자라서는 제 뜻대로 행동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자식이 부모 밖에 모르고 의지하는 시절이 지나면 결국 언젠가는 부모 품을 떠나는 날이 온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옛 어른들께서는 이런 허탈함과 그리움, 혹은 공허함의 감정을 “자식도 품 안에 들 때나 내 자식이지”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품 안의 자식에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어 그대로 ‘품 안에 끼고 사는 자식’이라고 한다. 즉,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청년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 말로는 ‘캥거루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얹혀사는 50대 캥거루족이 5년새 거의 두배(3만2천명)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주 최대 52시간 초과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시간 개편’을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정부는 관련 입법을 추진하다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런데도 정책을 철회하는 대신 선별적으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노동개혁 1호’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인가.
13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와 사용자, 국민 등 603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면접조사를 벌인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해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법정 근로시간에 따라 주 40시간을 일한 뒤 최대 12시간까지만 가능한 연장근로의 관리를 주간이 아닌 월간,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넓히자는 것이었는데, 반대 여론이 들끓자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근로시간 제도로 노동자 48.5%와 사용자 44.8%는 장시간 노동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업무량이 갑자기 늘었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한 경우도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28.2%와 33.0%에 그쳤다. 특히 현행 근로시간 제도로 어려움을 겪은 사용자는 14.5% 수준이었다.
정부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선 개편을 계속 추진한다고 했다.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계와의 대화가 필수적인데 그간 ‘노조 때리기’에만 골몰했으니 잘될 턱이 없었다. 이번 사태에는 노동계를 ‘적대시’해온 윤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그나마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가 겸허한 자세로 노동 현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 그에 앞서 설익은 정책으로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은 채 탁상에서 만들어낸 노동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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