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牛骨塔, 소뼈로 만든 탑이란 뜻이다. 부모가 자식 공부시킨다고 소까지 팔아제낀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신성한 학문의 전당 진리의 전당이라 하여 상아탑(象牙塔)이란 고귀한 이름으로 불리던 대학이 우골탑이란 이상한 이름으로 탈바꿈 하였다.
육십년대를 전후하여 생기기 비롯된 우골탑. 이 우골탑의 배경엔 사무치도록 그립고도 뼈아픈 전설 같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못 배운 나의 한을 자식에게나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식 하나만은 이리하여 땅 팔고 소 팔고 쨍빚을 내서 서울로 서울로 대학 보낸 것이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좋으나 자식은 그리 되면 결코 안 된다는 부모의 한 서린 정 때문에 우골탑은 만들어졌다.
이제 牛骨塔이 무너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27일 발간한 ‘2024 행정안전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는 5132만5329명으로 전년(5143만9038명)에 비해 0.22%(11만3709명) 감소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에서 화상 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한국을 예로 들어 전 세계의 저출생(출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론 머스크는 “한국 인구는 지금의 3분의 1, 혹은 훨씬 적은 인구가 남게 될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출산율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여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의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 원 늘어난 15조6000억 원이다. 그런데 증액된 예산 중 55%가 국가장학금에 쓰인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야 할 재정을 중산층 학비 지원에 투입하면서 교육 재분배 효과도 없이 대학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지게 됐다.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의 교육 여건 투자비는 늘기는커녕 동결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양동이로 빗물 받는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고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연구하는 실정이다.
정원이 부족해도 간판을 내리기는커녕 등록금에 기대 버티는 ‘좀비 대학’들만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자율적 정원 감축의 여파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에 따라 결국 ‘지방대 죽이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대학에서 딴 졸업장이 제값을 할 리 없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졸자 취업률이 낮고 고졸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 수준도 떨어진다. 고졸자를 뽑는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대거 몰리는 하향 취업 현상도 고착화하고 있다.
부실 대학들이 늘어나는 건 국가적으로 낭비다. 방치하면 학생이나 지역 사회의 피해는 물론 대학들이 동반 부실화돼 사회적으로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인구가 줄어드니까 대학에 안 가는 것 어쩔 수 없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보상률이다. 대학에 가서 내가 뭘 얻었는데 라고 하는 그 보상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학에 가는 것이 자꾸 줄어들기 시작한다. 대학 진학률은 10년 내에 아마 지금 70%인데 50%까지는 갈 거다. 어쩌면 OECD 평균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중등단계 직업교육 보면 한국은 18%밖에 안 된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또 대학에 가서 기술교육을 받거나 전문 교육을 받는 정도가 우리는 18%, 핀란드 71, 스위스 65, 호주 58. OECD 평균만 해도 45%다.
지금 ‘어느 대학교 나오셨습니까’라고 이제 묻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한테는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같이 대학에 간다는 것의 의미, 가치가 변화하는 것이다. 대학에는 정말 그 학문을 좋아하고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 사람들의 만남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내고 멋진 벤처기업을 만들기도 하면서 그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는 곳이다.
인구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0년 후에 지금의 대학 400개 중에서 300개 정도만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사는 한 지방대의 폐교는 이제 현실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3일 인하대를 비롯한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집중화는 가속될 것이다. 특히 특목고 출신과 강남지역 출신이 SKY대를 점령할 것이다.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갈수록 감소하는 가운데 이를 대처할 방안은 ‘DJ식 벤처육성’과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모델이다.
IMF신탁통치의 지배를 받던 1997년 대한민국은 김대중 대통령은 청년들의 벤처창업을 적극 지원, 넥슨, 네이버등 세계 굴지의 IT기업을 탄생시켰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Apple사의 첫 해외 개발연구소가 이스라엘에 있다. 우 리나라 기업인 삼성, LG도 이스라엘에 개발연구소가 있다. 해외의 많은 기업들은 이스라엘의 유망한 벤처기업과 연구인력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
나스닥 상장사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대학생들은 취업보다는 창업을 꿈꾼다고 한다. 특히 공대생들이 창업에 대한 의지가 뛰어나다.
우리와의 큰 차이점은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20대에 실패는 평생의 짐이 된다. 실패했다는 주변의 인식과 금전적인 문제는 재기 할려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다르다. 대학생들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실패를 인정해주는 사회 문화에서 기원한다. 실패를 했다고 하면 경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닌, 경험으로 생각하고 성공에 대한 밑 걸음으로 인식한다.
중세 유럽에서 자유로운 지성의 네트워크로 탄생한 대학은 근대 국민국가 형성기에 교양교육을 통한 지적 자원의 공급원으로, 다시 말해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보루로서 자리매김해 명맥을 이어왔다.
이제 대학은 평생 배우고 싶은 것, 배워야 할 것 이런 것들을 배우러 가는 곳으로 가야 한다.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는 牛骨塔이 사라지고 象牙塔으로 복원 한다. 민중과 동고동락해온 우리의 황소, 2008년 제작돼 민중의 눈시울을 적신 단편영화‘워낭소리’로 돌려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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