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蕭蕭落木聲)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錯認爲疎雨)
스님 불러 문 나가서 보라 했더니(呼僧出門看)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月掛溪南樹)“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여 동자승에게 나가보라고 했더니 밖에 나가본 동자승은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라고 다소 엉뚱한 답을 하는 松江 정철의 ‘한밤중 산속의 절에서(山寺夜吟)’이다.
쓸쓸한 가을밤 후드득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는 서서히 다가오는 겨울을 연상케 한다. 예부터 겨울의 길목을 입동(立冬)이라 불렀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드는 때다.
전국적으로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이른바 고사를 지낸다. 그해의 새 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토광·터줏단지·씨나락섬에 가져다 놓았다가 먹고, 농사에 애쓴 소에게도 가져다주며, 이웃집과도 나누어 먹는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가장 좋다고 하여 선조들은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했다. 또한 식량이 넉넉하지 않은 농가에서 초겨울부터 봄까지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미리 담가 두는 김장은 조상들의 현명한 지혜가 담긴 월동대책이다.
겨울에 먹을 채소나 과일이 적었던 그 시절에 김치는 서민들의 든든한 영양식이자 보약이었다.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한다. 경상남도 도서지방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며, 밀양지방에서는 갈가마귀의 배에 흰색의 부분이 보이면 이듬해에 목화가 잘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입동날씨점을 본다. 즉, 입동에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바람이 독하다고 한다.
이때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 바쁜 일손을 놓고 한숨 돌리고 싶을 텐데 곧바로 닥쳐올 겨울채비 때문에 또 바빠진다.
그러나 그놈의 정년 연장으로 청년들은 닥쳐오는 설국열차를 타야 하는 신세가 되어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65세 정년’(고령자고용법 개정) 입법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처리할 태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2025년 국회 입법 통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일 민노총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년 연장 문제는 고령화 대응, 일자리 세대 갈등, 기업의 생산성과 채용, 국민연금 수급 연령 등과 연계된 복잡한 문제다. 시한을 정해두고 밀어붙인다면, 절차에서도 내용에서도 큰 후유증을 자초할 것이다.
정년 연장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신규 채용을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거듭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 결과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대기업 고령자 고용이 최근 20년새 4만2000명에서 24만7000명으로 무려 6배 정도 늘어나는 동안 청년 고용은 19만6000명에서 19만300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9년 보고서에선 정년 연장으로 민간 부문에 고령자 고용이 1명 증가할 때마다 청년 고용이 평균 0.2명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를 빼앗고 산업 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사회적 여파가 큰 만큼 노사정과 공익위원이 참여해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목적이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큰 만큼 쉽게 결론이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임금 안정을 기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고용시장에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 오늘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유목민이 되어가듯이 ‘난민수용소’에서 미래사회의 모습을 본다. 난민수용소는 유동적 현대의 삶의 패턴이 시험되고 예행되는 실습장이다.
증오상업주의가 당파싸움을 낳고 정치 환멸을 재생산한다. 따라서 빈곤이 고착화되면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빈곤탈출과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 경제 활력도 급감한다. 성장잠재력도 물론 떨어진다.
그래서 노동운동은 도덕성과 명분으로 사회와 호흡해야 한다. 노동이라는 짐을 분담하고 여가라는 이득을 나눠가짐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도의 복지를 누리는 공동체를 꿈꿔야 한다.
노동계가 근로자들의 행복보다 자신의 입지나 정치적 영향력을 챙기는데 급급하면 노동의 미래는 나아질 수 없다. 노동계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세계화, 기술혁신, 인구구조의 변화등 노동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을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치활동에 치우치기보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적극 활용해 실질적인 방향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인 미생 ‘장그래’가 산다. 자식에게 넘긴 부채 때문에 나라를 망친다는 것을 아버지들은 기억해야 한다.
‘행복의 특권’을 쓴 긍정심리학자 숀 아처는 “현대사회에서 최대 경쟁력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지수가 높아야 업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잡으려는 행복, 하지만 많은 이에게 행복은 그림의 떡처럼 보인다.
흔들리는 사회, 직장, 가정에서 잃어져가는 아버지의 지위를 위해 ‘나눔의 노동학’으로 與民同樂의 길을 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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