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모든 생산은 궁극에 있어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케인즈의 말처럼 소비자는 생산자가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에 대해 소비자라고 정의한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가는 결국 소비자가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생산에 대해 소비자가 가지는 권리를 ’소비자 주권‘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내일(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
그러나 지금 소비자 아니 민중은 갑과 을에서 乙로 전락돼 ‘소비자 봉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개인정보 3,370만 건 유출한 ‘쿠팡’, “보안은 장식품이었나?”로 민중을 봉으로 아는가?
쿠팡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그런데 최근 무려 3,370만 건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초대형 사고를 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문 내역까지 빠져나갔다. 사실상 대한민국 절반 이상이 피해자가 된 셈. 더 황당한 건, 해킹 시도가 5개월 전부터 있었는데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보안은 ‘있으나 마나 한 장식품’이었던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200만 주, 약 672억 원을 미국 자선기금에 기부했다. 쿠팡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데, 정작 기부는 미국으로만 흘러간다. 한국 소비자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쿠팡을 키워줬는데, 그 보답은 미국 세금 혜택이라니. 이건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를 돈줄로만 보는 글로벌 기업의 민낯이다.
이쯤 되면 질문은 단 하나. “한국 소비자는 쿠팡에게 봉인가?” 이제 소비자들이 나서서 집단소송으로 책임을 묻고, 소비자 권리를 되찾아야 할 때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1인당 10만 원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 움직임이 있다. 피해자가 3,370만 명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3조원 이상.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매출의 최대 3%까지 부과 가능하며, 쿠팡의 지난해 매출(약 38조 원)을 고려하면 1조 원 이상 과징금도 가능하다. 과거 SK텔레콤은 2,696만 건 유출에 대해 1348억 원 과징금을 맞은 바 있다. 쿠팡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사고를 냈다.
소비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두 종류의 노예가 생긴다. 하는 중독에 속박된 노예, 또 하나는 시기심에 속박된 노예다.
지금 소비자는 갑과 을 중에서 乙이다. 갑을관계는 조선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해방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고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지금 정보기기와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디지털 군중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합리적이지만 하나의 주장이나 사건에 크게 동조하는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길이 잘 든 용이라도, 거꾸로 선 비늘을 건드리면 주인을 죽인다는 한비자의 고사에서 유래된 역린은 절대 아는 척해서는 안 되는 왕의 깊은 심중이나 콤플렉스를 말한다. 디지털군중에게도 역린이 있다. 디지털 군중을 자극하고, 화나게 하는 코드들은 ▲얕보기 ▲정색하기 ▲강요된 질서 등이다.
이들이 진짜 찾고 싶어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은 참(眞)이다. 사건의 진실, 사람의 진심, 인간의 진정, 그리고 인생의 진리 같은. 디지털 군중은 만능에 가까운 정보력과 지성, 조직력을 갖는다. 참된 것을 알아보는 힘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기에 디지털 군중과 소통하기 위해 기업은 스스로 진실해져야 한다.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아니라 행복을 찾고자 하는 인간으로서 그들을 바라보고, 진짜 가치를 주고, 진심으로 소통해야한다.
케인즈의 신봉자인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사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논리는 누군가의 지출은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므로, 모두가 다 지출을 줄이면 소득도 준다. 또 모두가 다 빚을 갚으려하면, 투자도 위축된다. 더 많은 이들이 저축하려 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빚을 갚으려 할수록 경기는 더 가라앉는다. 절약의 역설 디레버리징(차입축소)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럴 땐 반대로 움직이는 게 정답이라고 크루그먼은 말한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빌리는 누군가가 있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시장은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니체는 시장의 유혹에 대해 “이 세상에서는 가장 훌륭한 것들도 그것을 보여주는 자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한 공연자들을 군중은 위인이라 부른다”고 시장의 유혹을 표현했다.
“그대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아올리면서 지혜와 진리와 영혼의 최대의 향상은 거의 돌보지 않고 이러한 일은 전혀 고려하지도 주의하지도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안는가?”라는 아테네인들을 향한 소크라테스의 물음은 소비욕망에 사로잡힌 국가와 현대인을 향한 준엄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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