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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노인 보는 눈 달라져야

능산선생 2006. 2. 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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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노안 현상이 생기면서 이제 돋보기가 내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으려면 돋보기를 써야 한다. 책은 물론 컴퓨터 화면과 사진을 보는데도 돋보기가 필요하다. 수첩과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전화번호도 돋보기를 쓰고 찾아야 한다. 출석을 부르고 강의 자료를 보기 위해서 강의실에도 돋보기를 들고 가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과제물 글자 크기를 통상적인 10 포인트가 아니라 11포인트, 그리고 보기 쉬운 글꼴, 검정색 잉크로 출력을 해서 제출하라고 당부를 한다.

일생 안경 없이 살다가 거의 하루 종일 돋보기를 쓰고 지내야만 하게 되니 새로 보이고 느껴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거리에서 안경점 간판이 잘 보이고, 돋보기 디자인에 각별한 관심이 간다. 가볍고 갖고 다니기 간편한 돋보기, 잘 꼬이지 않고 렌즈를 상하지 않게 하는 안경 줄이 받고 싶고 주고 싶은 선물 목록에 들게 되었다. 전에는 왜 이렇게 큰 글자로 줄 간격을 넓게 만들었을까 생각했던 회의 자료가 반갑게 느껴진다.

노인은 제품 설명서도 읽지 말란 말인가

시력이 떨어지면서 자연히 행동이 굼떠지고, 응급상황에서의 대처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진다. 지도를 보자면 돋보기를 써야만 하니 길 모르는 곳을, 더구나 어두워졌을 때 운전하기가 무척 두려워진다. 기차표나 입장권에 쓰여 있는 자리를 찾아갈 때도 돋보기를 꺼내야만 한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제품 설명서를 읽어야만 할 때다. 전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약품이나 화장품에 딸려온 설명서가 돋보기를 쓰고도 읽기 어려운 경우를 당할 때마다 좌절감과 함께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먹을수록 약도 많이 필요하고 화장품도 더 발라야할 텐데, 도대체 이 제품 설명서들은 읽으라고 만든 건가 아니면 되도록 읽지 말라고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닥친 노안의 문제와 함께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의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이 7%를 넘었고 2019년이면 14% 이상의 ‘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 추세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참여와 복지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고령자들의 삶의 질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는 관심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든 예처럼 사용설명서의 글씨 크기를 조금만 늘려도 노인의 삶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깨알 같은 글씨의 생산설비 작동설명서는 고령 근로자의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
 
노인을 소비자로 보면, 세계시장이 보인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노인을 경제적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 집단으로 보고, 소비자 권익 보호의 차원에서 노인의 필요를 파악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로서 노인의 권익 보호는 사회복지 수준의 제고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휴대폰을 비롯한 우리나라 첨단제품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짐으로써 국내시장에서 먼저 소비자들의 반응을 시험해 본 후에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해외 기업들도 우리나라 시장을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측하는 전초시장으로 삼고 있다.
 
고령화 추세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고령 인구층의 소비자 권익 보호 마인드는 확대일로에 있는 글로발 고령층 대상 마케팅의 활로를 열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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