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어떻게 해야 잘 다스려질까? 관각(館閣)과 대관(臺官)의 관직을 없애야만 온 세상이 잘 다스려질 것이다(天下惡乎治 去館閣臺諫之官 而天下治矣)”(職官論) 세상에서 그렇게 바라고 희망하는 벼슬이 홍문관(弘文館)이나 규장각(奎章閣)의 벼슬이자 관리들의 비행을 규찰하고 탄핵할 수 있는 사헌부(司憲府)나 사간원(司諫院)의 벼슬인 대관(臺官)의 직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산은 그러한 관직을 없애야만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진다고 했으니,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직 당론(黨論)만을 날카롭고 과격하게 하고 무엄해지며, 오직 인재 등용을 방해하고 막아서 그 새싹과 움을 누르고 깎아버리며, 오직 남의 비밀을 폭로하여 각박(刻薄)하고 잔독(殘毒)한 논의를 하며, 오직 남의 과오를 탐지하여 시기를 타서 참소하고 이간질이나 하는데 이것이 곧 청직(淸職:관각이나 대관의 직책)을 가진 자의 직책이다”라는 「직관론」의 글을 읽어보면 요즘으로는 어떤 직책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무명의 정치인에서 일약 정치인의 스타가 되는 직책은 정당의 대변인입니다. 하는 직분이나 성격이야 분명하게 다르지만, 하고 있는 일이나 행동을 보면 요즘의 정당의 대변인은 왜 그렇게 옛날의 관각이나 대관들이 했던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려면 관각이나 대관을 없애자는 다산의 말씀이 실감이 나지 않는가요. 요즘 정당의 대변인들이 하는 날마다의 일이 무엇입니까. 날마다 당론만 격화시켜 싸움이나 계속하고, 인재 등용에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나 펴면서 죽순이나 움을 누르고 깎아버리며, 남의 비밀이나 캐내 폭로하여 각박하고 잔독한 논의나 계속하고, 남의 과오나 탐지해서 시기에 맞게 폭로하여 이간질이나 시키고 있지 않는가요.
판연하게 다른 직분이고 직책이지만 예전의 청직을 다산은 요즘의 대변인에게 비긴 것 같습니다. 정말로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려면 대변인 제도를 없애야 하는 것인지 생각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