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정세는 북핵 등 북한 현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대 강국과 남북한 등의 관계가 복잡하게 상호 결합되어 중대한 변동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구한말과 해방정국에서 한반도의 운명이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로 내몰린 상황과 유사하다.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민족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대한 상황이다.지난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 가장 주목해 봐야 할 점은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가속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19일 북핵 6자 회담 합의서 작성 이후 북핵문제를 임시적으로 미봉한 상태에서 북한과 중국은 공동협력과 공동대응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경제협력사업이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맺은 경제기술협력협정은 북·중 간 경제협력이 달라질 것을 예고한다. 이러한 북·중 경제협력과 공동발전의 모색은 후진타오 주석 방북에 앞서 우이 부총리 일행의 방북에서도 잘 드러났다.
우이 부총리는 방북시 양국의 경제·무역과 관련해 양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3개 원칙에 합의했다.
또 우이 부총리 일행의 방북에 동행했던 중국 우쾅집단이 석탄시굴 관련 합병회사를 설립하기로 북과 합의했다. 중국의 중강그룹은 북의 대표적인 철광인 무산철광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으며, 중국 후난성 농업과학원은 북의 농업과학원과 협정을 맺고 농업기술 전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과거 중국이 북에 대해 기본적인 원조와 협력에만 그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지난해 10월 10일에 맞춰 조업을 개시한 대안친선유리공장이다. 북한과 중국 간 경제기술협력협정은 미국의 대북 경제압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국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북·중 경제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이 현재 요구되는 에너지·식량 및 설비 현대화를 위해 중국과 경제협력을 하면 앞으로 북한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반면 북한 경제의 대중의존도 심화 우려는 커진다.
현재 중국기업의 대북한 투자는 시작에 불과하며 보상무역 형태를 많이 취하고 있어 엄격한 의미에서는 직접투자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계속 높아져 가는 중국기업들의 해외투자 열기와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가시화돼 향후 중국기업의 대북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추세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과 북·중 경제협력 사업은 내용 흐름으로 볼 때 상호경쟁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향후 변화할 동북아시아 구도를 염두에 두고 특히 미국·일본이 전략적 동맹을 강화, 중국 포위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만은 친중국화하려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경제협력의 양과 질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남한은 향후 통일 이후 북한 경제문제 해결, 통일된 민족경제공동체의 발전 문제 등을 고려해 남북경협의 폭과 깊이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자는 계획이다.
그런데 남한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시간을 지체할수록 현실적으로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지혜로운 대책이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