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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치 못함은 지혜가 짧은 탓

능산선생 2006. 8. 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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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李朝) 성종(成宗)때 영의정이었으며 부원군에 피봉되었던 이극배(李克培)는 어진 덕망과 재물에 깨끗하기로 소문난 위인 이었다. 그의 아우 이극돈(李克墩)도 재상 반열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재물을 탐낸다고 형으로부터 꽤 나무람을 들어왔다.

 

하루는 극돈이 형에게 『아무 날은 저의 생일인데 집사람이 간략한 술자리를 베품고자 하니 잠깐 다녀 가시죠』라는 것이었다. 영의정인 형 극배도 동생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 주어야지 하던 터이라 『그렇게 하지』하고 승낙하였다.

 

그날이 오자 형 극배는 퇴궐하자 바로 아우의 집으로 갔다. 바깥 문간을 들어가다가 처음 보는 숙마(熟麻:누인 삼껍질) 새끼줄이 처마 밑에서 담위에까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형이 걸음을 멈추면서 『이 새끼줄은 어디에서 나왔으며 누구에게서 얻은것인가』라고 물으니 동생은 숨기지 못하고 『司僕侍 관원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빨래 너는데 쓰라고 보내온 것입니다』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형은 낯빛을 바꾸며 『사복시의 새끼줄은 사복시의 말 매는데 쓰는 것인데 어찌해서 너의 집 빨래줄로 쓰느냐는 말이다』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의 공사를 가리는 엄한 처신이 놀랍다.

 

5.31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박신원(61) 전오산시장이 퇴임하면서 오산동 P아파트 관사에 있던 1900만원(구입 당시가격)상당의 비품 79가지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 사실이 드러나 오산시가 환수에 나섰다. 이들 비품은 오산시 예산으로 구입한 것이다.

 

또 부산시장이 시청 관용 고급승용차를 시장부인 사용(私用)으로 삼고 운전기사까지 시청직원을 고용해 말썽을 일으킨 적이 근래에 있었다. 시장급 인사들의 이같은 전제주의 시대의 악습은 우리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성종때의 영의정 이극배가 대궐 사복시에서 말을 매는 새끼줄 하나를 가져다가 빨래줄로 사용한 동생 이극돈을 나무라는 청잭리 정신이 참으로 아쉬운 세태이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그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청렴은 목민의 가본 의무요 만가지 선(善)의 근원이며, 여러 가지 덕(德)의 뿌리이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것은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시간 전국 도처에서 공사(公事)에 다망한 대소고저(大小高低)의 공복들은 『나는 공사(公私)에 얼마만큼 투철한가』한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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