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외교관들의 언어로선 엄청나게 모욕적인 표현들이다.”
지난 3일 있었던 계엄 사태에 대한 최근 미국 외교관들의 잇따른 평가를 본 전직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통상 외교관들은 국제무대에서 매우 ‘외교적 수사’라고 불리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한다. 외교관이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면, 속내는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고, “고려해 보겠다”라고 말하는 건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계엄과 관련해 미국에선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이상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와 같은 직설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급기야 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이 전개를 둘러싼 결정과 관련해 답변이 이루어지어야 할 많은 질문이 있다”며 “계엄령의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윤석열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석될 여지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실용주의 외교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곧 취임한다는 데 있다. 트럼프 2기엔 1기 때보다 더 비즈니스 관점으로 국제관계에 접근할 공산이 크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나마 1기 때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같은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도 있어 트럼프 당선인의 폭주를 제어했지만, 2기엔 외교 분야에서도 ‘충성파’ 일색으로 채워질 것이란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차기 정부가 대외 정책에서 한국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내년 1월 20일 예정된 트럼프 취임 전후 수개월을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인한 ‘리더십 공백’ 속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우려는 더 크다. 16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를 위한 행사로 공동 기획된 것이다. 이 자리서 트럼프는 일본에 제일 공들여 발언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한국 주변국 정상들을 언급하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한국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다.
트럼프의 대외전략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기자회견에서 한국만 쏙 빠진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통령이 있을 때도 트럼프가 동맹을 건너뛸 것이라는 우려가 늘 있었는데 대통령이 없으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오래 지속되선 안된다는 뜻이다. 빠르고 엄정한 계엄 수사와 탄핵 심판으로 리더십 부재 상태를 조기 종식시켜야 한다.
18일까지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 소환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서류 수취에 모두 불응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9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원 중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몫 3인의 임명도 “권한대행 체제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수사와 탄핵 심판을 모두 지연시키자는 심산인데, 안 될 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직선거법 위반 2심을 비롯한 이재명 대표의 각종 재판을 늦추려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해 더 이상 윤 대통령과 여당에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애초 트럼프 당선자는 정식 취임 전 타국 정상과 회담을 삼간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캐나다·프랑스·우크라이나 정상과 만남이 이뤄졌다. 이제 이시바 총리와 회담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내년 1윌20일 출범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경제·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길 게 분명하다. 특히 예리하게 관찰해야 하는 것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때 북-미 대화의 실무를 담당했던 앨릭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리처드 그리넬을 북한·베네수엘라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에 임명했다. 인사를 통해 적극적인 대북 대화 자세를 보인 만큼 정부 역시 ‘한국 패싱’을 피하기 위한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물론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과제에까지 적극 대응하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급한 문제는 적극 대응하되 민감한 과제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빨리 헌재의 심판이 나와 尹을 파면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 대한민국號를 순항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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