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 여는 세상-“이재명이여, ‘2.28민주운동’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능산선생 2023. 2. 28. 05:01
728x90
반응형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인류 역사이래 이런 강압적이고 횡포한 처사가 있었던고, 근세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일이 그 어디 그 어느 역사책 속에 끼어 있었던가?

오늘은 바야흐로 주위의 공장 연기 날리지 않고 6일 동안 갖가지 삶에 허덕이다 모이고 모인 피로를 풀 날이요, 내일의 삶을 위해 그 정리를 하는 신성한 휴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하루의 휴일마저 빼앗길 운명에 처해있다.

중략

우리는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눈물을 많이 흘릴 학도요, 조국을 괴뢰가 짓밟으려 하면 조국의 수호신으로 가버릴 학도이다. 이 민족애의 조국애의 피가 끓는 학도의 외침을 들어 주려는가? 우리는 끝까지 이번 처사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있을 때까지 싸우련다. 이 민족의 울분, 순결한 학도의 울분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피 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부여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련다.

1960228일 낮 1255, 경북고 학생부 위원장 이대우 등이 조회단에 올라 격앙된 목소리로 결의문을 읽자 흥분이 고조된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쳤다. 반독재의 횃불은 이처럼 대구시에서 처음 불타올랐다.

고교생들이 주체이고, 계획적 조직 시위의 운동 요건을 갖춘 학생운동이었다. 우리 역사상 6.10 만세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에 이은 의거로 전후 학생운동의 효시가 되기도 했다. 특히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으며, 그 이후 민주화운동에도 영향력을 미쳤다.

그 힘은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촛불로 헌정사상 대통령을 탄핵. 파면시키면서 세계에서 꺼져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렸다.

그러나 박근혜 전대통령을 탄핵하는 촛불이 일어난지 8년만에 탄핵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결국 부결됐다. 이날 표결 결과는 총 297명 투표 중 찬성 139, 반대 138, 무표 11, 기권 9표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과반의 출석, 출석 과반의 찬성이라 최소 149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민주당 의석수만 고려하면 최소 32석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장담한 압도적 부결은 아니었다. 이탈표가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수십 표가 발생하면서 당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이날 표결 결과를 두고 당 안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모두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당을 분리 대응하지 않으면서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표에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날 투표를 통해 '샤이 비명(이재명)'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에 더욱 힘이 실릴 예정이다. 이 대표로선 사법적 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당 대표 취임 6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안호영 수석대변인 서면 브리핑)”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대규모 이탈표 발생에 대한 당혹스러움은 채 숨기지 못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비판하면서도 이번에 드러난 민주당 내 균열을 적극 부각하는 중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거듭 불의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진실로 개탄한다. 헌법과 법률, 양심을 무시하고 민의를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오늘 표결 결과는 민주당 내에 아직도 공당으로서의 의무감과 양심이 일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은 오늘 결과를 두고 아전인수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소한 차이의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데 민의가 있음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불체포특권은 1948년 제헌 헌법과 함께 도입된 헌법적 권리지만 이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은 정치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 대표는 이미 대선 후보 시절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할 정도로 미래지향적 의지를 보여 준 바 있다. 그런 만큼 이제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고 영장 심사에 임하는 전향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 이대표는 내년 총선 가도에 김소월의 진달래 꽃처럼 사뿐이 즈려 밟고 가야 한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