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정현종 시인의 ‘한 숟가락 흙 속에’이다.
인간이 죽으면 그 육신은 다시 분해되어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다시 한 줌의 흙이 되는 것이다. 한 줌이라는 것은 육체로 봤을 때 인간의 존재가 그만큼 보잘것없고 덧없음을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흙은 우리 인류와 항상 함께해 왔다. 세계 4대 문명인 이집트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농업혁명을 통해 발생했는데, 강과 비옥한 흙이라는 토대 위에 형성된 것이다. 흙을 이해하고 다루기 시작하면서 문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땅의 역사도 농경사회가 정착하면서 시작됐고 우리 조상들이 흙을 소중히 다뤄서 물려줬기에 오늘날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흙은 정직하다. 우리가 어머니 배속에서 태어나 살다 한줌의 재가 되어 다시 흙속으로 돌아간다.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이다.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天地萬物與我同根(천지만물여아동근)은 천지만물이 나와 한 뿌리이다. “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라고도 말한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 같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종교적 고백의 이면에 담긴 뜻은 타인을 지배하고 죽이고 이용하며 배타적인 삶의 우월적 권위를 주기 위한 지식이 아니다.
황무지로 변한 곳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개발 지상주의와 자본주의 탐욕의 물결에 휩쓸린 이들은 제 한 목숨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모으고 파괴하고 쌓고 세워가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심어준 김구선생이 1945년 11월23일 여의도 비행장에 내려 한줌의 흙과 입마춤을 한다.
“친애하는 동포들이여 27년간이나 꿈에도 잊지 못하고 있던 조국강산에 발을 들여 놓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나와 나의 각원 일동은 한갓 평민의 자격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전국 동포가 하나로 되어 우리의 국가독립의 시간을 최소한도로 단축시킵시다.”
그러나 오천년 흙의 역사를 쌓아온 우리는 지금 둘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에 ‘코로나 19’라는 역병으로 나라 전체가 신음 해오다가 해방의 기쁨을 보기 전에 윤석열 정권이 보혁대결로 또 다시 남남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순도순 손을 잡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우리의 전통풍습은 어디로 가고 손을 놓고 서로 경계하며 뿔뿔이 헤어지고 있다.
영어로 인간은 유먼(human)이다.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땅’이라는 뜻이다. 기독교 성서인 <창세기>는 인간은 흙으로 빚어진 존재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주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면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거대한 생명의 순환에 불과하다.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흙 자체가 생명의 연속체다.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흙에 의존하고 있다. 땅이 인간이고 인간이 땅이다.
‘코로나 19’로 갈라진 대한민국,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흙으로 돌아간다는 알고 지금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란다.
11은 흙의 날이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동쪽 녹자모 강당에 계실 때의 일이다.
부처님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탁발을 하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탁발이 끝나갈 무렵 뜻밖에 곤란한 일이 생겼다.
삿밧티에 사는 파라트파차라는 욕쟁이가 부처님을 따라다니며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욕을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그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파라트파차는 부처님이 자기의 위세에 눌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줄 알고 '당신은 나에게 졌다'고 하면서 기고만장하였다. 그러나 일체의 분오로부터 해탈한 분이 부처님이다. 그런 일에 얼굴을 붉히거나 화를 낼 부처님이 아니었다.
약이 오른 파라트파차는 흙을 한주먹 쥐고 부처님을 향해 뿌렸다.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는 도로 그에게 돌아갔다. 파라트파차는 자기가 뿌린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말았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부처님은 딱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타일렀다.
“아무에게나 마음대로 욕하거나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 너를 화나게 하거나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모모과 마음이 청정해서 때가 없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면 허물은 도리어 자기에게 돌아가게 된다. 마치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면 그 흙이 되돌아와 자신을 더럽히는 것과 같다.”
파라트파차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참회했다.
“부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왜 미친 사람처럼 부처님에게 거칠고 추악한 말로 욕하고 모욕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위정자여, 죽으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孫子는 “먼지가 산발적으로 일고 있는 것은 땔나무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散而條達者 樵採也)”라고 했다. 그러나 民衆은 땔나무는커녕 잡초도 뽑지 못해 “먼지가 오가고 있는 것은 숙영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少而往來者 營軍也)”라는 말이 아지랭 타고 저 멀리고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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