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
영국 시인 엘리엇의 <황무지>다.
왜 “잔인한”가? 4월이 잔인한 것은 마치 겨울잠을 자듯 자기 존재를 자각하지 않으려는 인간들을 뒤흔들어 깨우는 봄 때문이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봄비가 잠든 식물 뿌리를 뒤흔드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며, 망각의 눈(雪)으로 덮인 겨울이 차라리 따뜻하다고 했다. 얼어붙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약동과 변화를 일깨우는 봄의 정신이 숭고하면서도 잔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달래가 만발하는 봄에 찾아온 중국발 스모그, 미세먼지, 한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어 정말 ‘잔인한 4월’이다.
3년동안 입 닥치고 쓴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진달래, 개나리꽃을 즐기는 시절에 다시 마스크로 입을 닫아 버려야 할 판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독감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인체에 유입된 미세먼지는 기도와 폐에 달라붙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체내 면역을 방해한다. 봄철의 경우 건조한 환경이 코 점막과 기관지 점막을 마르게 하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더욱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
미세먼지는 실내로 엄습해 소리없이 다가오는 공포로 엄습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실내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죽어 가는 사람은 연간 280만 명. 특히 어린 아이들은 어른보다 면역력이 낮아서 지속적으로 접한 실내공기오염은 만성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은 밖에서 유입된 먼지와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먼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 교실은 환기장치가 거의 없다. 꽃가루 같은 일반 먼지가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는 반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발암물질을 흡착해 체내에 그대로 유입될 뿐만 아니라, 페 속까지 들어가 염증과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 만성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건물 내의 환기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다. 난방을 위해 창문을 닫아둔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준치의 4배인, 4000ppm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후시간에 아이들의 집중력은 4%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의 20%가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현행 학교보건법은 교실 내의 환경에 대해 이산화탄소와 먼지, 조·습도만을 규제하고 있다. 라돈,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이산화탄소, 먼지 등을 규제하는 환경부의 공기질관리법에 비교해봤을 때 허술한 규정이다. 교실의 환경오염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와 관리가 시급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악당국’이라고 불린다.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NGO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선정했다. 기후악당국가는 기후변화에 무책임하고 나태한 국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세계 7위이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대재앙을 막는 지름길은 청정연료인 ‘원자력’이다. 잘못 쓰면 지구의 종말을 고하지만 잘 사용하면 지구도 살리고 인류도 살릴 수 있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면 미세먼지로 인한 민중 고통이 훨씬 덜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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