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2004년 12월 8일 오전 7시 20분경.
한국군 이라크 파병부대인 자이툰 사단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에 쿠웨이트를 거쳐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사단을 깜짝 방문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다.
그런 국군의 최고 지휘관이 가장 위험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이툰 사단을 직접 방문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여러분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대통령의 방문이었기에 자이툰 사단의 장병들은 더욱 환호했다.
어떤 장병은 갑자기 대통령에게 달려들며 "아버지!"라고 외쳐 경호원들을 잔뜩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그런 장병을 부둥켜안고 "그래. 아들아!"라고 하여 장병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방문은 2시간 정도로 짧았지만 국군의 통수권자가 장병들을 직접 격려해주기 위해 이역만리 파병현장을 방문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뜨거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격적인 파병부대 방문의 목적과 배경을 두고 이런 저런 해석이 분분했다.
자주외교를 외치던 대통령이 미국내 네오콘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도 했고, 동맹국인 미국의 신뢰와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했으며, 혹은 국회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기간 연장 동의안이 원활하게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평소 쇼맨쉽이 뛰어난 노무현 대통령의 깜짝쇼라는 거였다.
19년이 지난 뒤 ‘노무현 학습효과’가 재연되었다.
그러나 국내 폭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것을 두고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 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의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김건희 여사는 16명의 경호원과 수행원을 데리고 명품 매장 다섯 곳을 순례했다고 한다. 호객 행위에 의한 단순한 윈도쇼핑(window-shopping)인지, 명품도 여럿 사들였는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다만 국내엔 집중 호우 경보가 내려지고 긴박한 우크라이나 방문을 눈앞에 둔 시점에, 대통령 부인이 한가하게 방문국 명품 매장을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하다.
야당은 “부적절한데다 대통령을 욕보이는 발언”이라고 성토했고, 여당에서도 “굉장히 잘못된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발언을 거론며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의 말에 국민 억장이 무너진다”며 “윤 대통령의 안전불감증은 진작부터 논란”이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8월 80년만의 폭우가 수도권을 강타한 침수 현장을 보고도 퇴근하고, 일가족이 참변당한 반지하 주택을 보고도 옆 동네 불구경하듯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송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즐긴 그날은 전국 호우위기 경보가 2단계로 격상하고 수도권 267건, 부산 53건, 대구·경북 150건, 광주 100건이 넘는 피해신고가 접수된 날”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지금 (서울로) 가도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고 한 부분은 굉장히 잘못된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이 된다”며 “대통령께서 모든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이라고 수 차례 얘기하지 않았나. 국내 문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6년만에 폭우로 나라가 대혼란에 빠졌을 때 대통령실 출근도 못하고 재테크 근무중인 대한민국 국가지도자로 기록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당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윤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기록적인 폭우로 현장 인력이 대처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대통령이 이동하면 대처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 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서 집에서 전화를 통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고 군을 움직이기 위해 향했던 김재규 중정부장 국방부 지하 벙커, 지금 윤 대통령 임무시작후 침대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을까?
그러면 대통령실(국방부) 지하벙커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테러 빈라덴을 사살하는 현장을 지하벙커에서 쪼그려 앉아서 진두지휘했다.
대통령실이 집중호우 대응 관련 윤석열 대통령 지시사항을 우크라이나 일정 전후로만 다섯 차례 연속 공지했다. 폭우 상황에 ‘대통령 부재’를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정조 13(1789)년 7월 26일 기록에는 “물에 빠져 죽은 저 불쌍한 백성들에게는 그 원통함을 위로할 방법이 없다. (중략)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에게는 마을 근처에 따로 하나의 단(壇)을 설치해서 봉명 사행(奉命使行)이 도착하는 날을 기다려 제사를 지내 주도록 하라”고 적혀있다. 정조 16(1792)년에도 “공주목 옥천군에 홍수가 나 140여호가 잠기고 59인이 빠져 죽었다. 관에서 거두어 묻어주고 제사를 지내 위로하라고 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임금의 부덕으로 돌렸다. 이에 왕들은 민심을 다스리기 위해 왕의 개인 재산인 내탕금을 열어 수해 복구를 위한 지원금을 보내주거나 수해 입은 백성들에게는 조세 부담을 줄여줬다. 또 수해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제사를 나라에서 지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홍수를 막지 못한 관직자에게 문책을 내렸으며 관직자 스스로 면직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자연재해와 함께 당파 갈등이 심했던 현종은 스스로 근신의 의미로 수라상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며 관리들에게 화목하게 협력할 것을 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스스로 근신하고 책임지고 면직을 요청하는 국무위원 나리가 있을까?
사망자 159명을 낸 이태원참사에 책임자들도 버젓이 공직에 복귀하는 판에 말이다.
바로 나라의 주인 民衆을 농락하여 권세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指鹿爲馬(지록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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