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짐인 김원섭】“제가 내려가기 전까지는 남민전이나 학생이 주축이 된 데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지에서 보니까 그게 아닙니다. 160명을 연행했는데 16명이 학생이고 나머지는 다 일반 시민입니다. 그리고 데모 양상을 보니까 데모하는 사람들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 주먹밥을 주고 또 사이다나 콜라를 갖다 주고 경찰에 밀리면 자기 집에 숨겨 주고 하는 것이 데모하는 사람과 시민들이 완전히 의기투합한 사태입니다. 주로 그 사람들의 구호를 보니까, 체제에 대한 반대, 조세에 대한 저항, 정부에 대한 불신 이런 것이 작용해서, 경찰서 11개를 불질러 버리고, 경찰 차량을 10여 대 파괴하고 불지르고,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박정희 정권때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씨가 1979년 10월 16일 부산-마산 현지를 시찰한 뒤 당시 상황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부마항쟁은 박정희 철권통치 종말을 가져온 항쟁이다. 부마항쟁이 터지고 부마항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은 균열됐다. 그리고 10.26 사건이 터졌다.
1979년은 극도로 악화되는 경제상황으로 삶의 위기로 내몰렸던 국민의 생활, 반대세력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생활까지 파고들어 통제했던 철권통치, 제1야당 당수를 의원직에서 제명해버리는 민주주의 파괴, 그 모든 것들이 뒤섞인 시절이었다.
2차 석유파동, 오일쇼크가 터지며 1978년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기름값이 59%가 뛰었고 전기료는 30% 인상됐다. 무역적자가 40억 달러를 넘었고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줄 도산했고 체불임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1979년 체불임금은 전년도에 비해 7배로 늘었다.
여기에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모든 거래에 10% 세금이 부과됐다. 없던 세금이 늘어나면서 모든 가격이 10% 인상됐다. 물가는 20% 넘게 뛰어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8년 12월 실시된 총선에서 신민당이 32.8%, 민주공화당이 31.7%, 민주통일당 7%, 무소속 22%로 집권 공화당은 의석수에서 앞섰지만 지지율에서 패배했다. 정권에 대한 반감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1979년 5월30일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명한 반독재투쟁론을 펼쳤던 김영삼이 당선됐다. 전당대회 전날 열린 대의원 단합대회에 가택연금 중이었던 김대중이 참석해 김영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신민당의 반독재민주화 세력이 굳게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두 달여 후, 박정희 정권의 종말의 초석인 YH노조 사건이 터졌다.
1970년대 초 수출 순위 15위로 대한민국 최대의 가발수출업체였던 YH무역은 1970년대 중반부터 수출 둔화, 업주의 자금 유용, 무리한 기업 확장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어 1979년 3월 폐업을 공고했다. YH무역의 사장 장용호는 회사의 재산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여성 근로자들이 회사폐업조치에 항의하여 야당인 신민당 당사에서 1979년 8월 9일부터 8월 11일 사이에 벌어졌으며 경찰이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김경숙) 1명이 추락사하였다. 이 사건은 후에 김영삼 의원 제명 파동, 부마민중항쟁, 10·26 사태로 이어지는 박정희 정권 종말의 도화선이 되었다.
4·19혁명이 민간 독재를 끝장낸 사건이었다면, 부마항쟁은 30년간 이어진 군사독재를 종식한 연속 혁명의 기폭제다.
헌정사상 초유로 대통령을 탄핵.파면.구속시킨 촛불혁명이 바로 민중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의 주역인 20대는 ‘88만원 세대’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민중이 등을 돌리고 있어도 대통령 및 국민의힘은 달아~달아~이태백이 울던 달아~~을 읊으며 내로남불로 간다.
지금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분노를 넘어 혐오로 치닫고 있다.
법을 집행했던 검찰출신 대통령이 법의 저울을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어 대한민국은 지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되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허리인 30~40대가 윤석열정부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보듯이 무능과 불통, 독선으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중의 준엄한 질책이다. 추락하는 민생과 경제에도 조금의 반성도 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치는 말을 통한 행위로서, 폭력 없이도 인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을 통해 관계들을 창조하는 인간의 독특한 능력과 관련 있다.
개인의 무능은 혼자의 비극으로 끝나지만 무능한 정부는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우는 지금 보고 있다. 대통령이 경박한 여론에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근거가 충분한 여론과 민심을 외면하는 것은 지도자의 패착이다.
직언을 들을 준비가 안된 군주곁에 꼬이는 게 간신이다.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착각이다.
리더십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지도력을 단련시킨다. 상상력은 리더십에 용기를 넣는다.
소통은 모든 정권에 요구되는 덕목이다. 권력이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다. 그만큼 권력자에겐 귀찮고 괴로운 일이다. 시간 낭비로 생각될 수도 있다.
홉스는 국가권력이 반드시 갖춰야 할 두 가지 요건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힘’과 ‘국민의 동의’라고 했다. 리더는 다름 사람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읽는 능력과 촉이 발달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리더에게 카리스마가 생긴다.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 파시즘, 맹렬한 민족주의 같은 다른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승리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20세기의 이야기라면, 21세기는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이다.
정치학자 윌리엄 갤스턴 曰“자유민주주의가 실제로 승리했을 뿐 아니라 이론상으로도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자유민주주의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정부 형태였다. 다른 대안은 없다.”
맞다.
박정희 군부독재의 末路가 부하에 의한 暗殺이었다면 검찰 독재의 末路는 민중의 지팡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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