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 여는 세상-교도관“우리는 창살 없는 半징역 사는 집행자다!”

능산선생 2024. 10. 28. 04:22
728x90
반응형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나는 법무부 교도관 고시 생활 3, 백수 재경(윤계상)은 드디어 교도관으로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짓궂은 재소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되는 재경. 어리버리한 그에게 10년 차 교사 종호(조재현)"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며 재소자를 다루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간다. 재소자들에 군림하는 종호나 사형수와 정겹게 장기를 두는 김교위(박인환)의 모습 모두 재경의 눈에는 낯설기만 하다.

어느 날, 서울교도소는 일대 파란이 인다. 지난 12년간 중지됐던 사형집행이 연쇄살인범 장용두 사건을 계기로 되살아 난 것. 법무부의 사형집행 명령서가 전달되고 교도관들은 패닉상태로 빠져든다. 사형은 법의 집행일 뿐이라 주장하는 종호는 자발적으로 나서지만 모든 교도관들이 갖은 핑계를 대며 집행조에 뽑히지 않으려는 사이... 사형수 장용두는 자살을 기도하고,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을 가진 김교위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교도관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네 가지 감정의 희로애락 (喜怒哀樂)을 담은 200911월에 개봉한 영화집행자

교정은 교도소나 소년원 등 수용자의 잘못된 품성이나 행동을 바로잡는 것으로 이들의 교정과 수용 전반의 업무는 교도관들이 담당한다. 재소자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교도관이다. 교도관들이 재소자 인권에 누구보다 민감한 이유다. 다만 재소자 인권이 강조될수록 고달파지는 사람 역시 교도관이다.

1979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인 19876월 민주 항쟁을 다루고 있는 영화‘1987’에서도 교도관 유해진은 경찰의 군화발을 빠는 수모를 겪었다.

198711422살의 박종철 씨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들어간 이후 걸어서 되돌아 나올 수 없었다. 조사 과정에서 과도한 물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대학생,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그 ''치니 ''하고 죽었다는 단순 사고로 묻힐 뻔했던 사건이었다.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당시 수감자 이부영씨는 기자 정신을 발휘해 바깥 세상에 사실을 전하기로 결심한다. 이부영씨는 13년 지기이자, 동지였던 교도관 한재동씨에게 볼펜과 종이를 청해 그 사실을 낱낱이 기록하고, 그에게 바깥세상으로 전할 것을 부탁한다.

걸리면 우리도 죽을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전한 이 쪽지를 한 씨가 세상에 공개했고, 전국은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로 화답했다.

교정 관련 종사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1028교정의 날’, 교정공무원의 근무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관은 고강도 스트레스를 받는 자살 고위험군 직업에 속한다. 낮은 사회적 인식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겹치면서 교도관의 인기는 매년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재소자 인권을 강조한 정책의 부작용이 교정질서를 흔들고 있다. 인권 보호와 공무집행 권한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교정질서가 취약해지고 오히려 재소자 교정·교화라는 본래의 목표도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교도관들은 업무환경 악화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재소자들이 인권을 악용하는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하는 진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재소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한 진정 건수는 연평균 4000건이 넘는다. 3000건 수준이던 진정 건수가 2017년부터 4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대부분이 교도관 괴롭히기 성격이 짙은 진정이라는 점이 문제다. 진정이 접수되면 교도관이 소명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한 진정이 태반이다. 인권위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권고 결정을 내린 진정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0.1~0.8% 수준에 그친다.

인권위 진정을 넘어 재소자가 교도관을 고소·고발하는 사례도 매년 1500~2000건에 달한다. 교도관 10명 중 1명꼴로 고소·고발을 당하지만 대부분 무혐의나 각하 처분됐다.

교도관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소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과 맞물려 교도관의 운신 폭은 크게 좁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매 맞는 교도관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재소자가 교정공무원을 폭행해 형사입건된 사건은 최근 2~3년 동안 매년 100건이 넘는다. 10여년 전인 201243건과 견줘 2배 이상 늘었다.

상당수 교도관이 재소자의 폭행과 고소·고발 위협에 시달리면서 교정공무원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한다는 교정본부 실태 조사도 나왔다. 2012~2021년 목숨을 잃은 교정공무원이 121, 이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38명에 달한다.

 

재소자들도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죄지은 사람은 두 다리 뻗고 자는데 정작 피해자들의 분노를 달래줄 방법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이런 관계로 교도소에서도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교정·교화의 기능이 퇴색됐다.

4교대가 아닌 각 부서별로 4부제가 야간당직을 서는 시스템인데,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3.5부제로 돌아간다. 하루가 다르게 입·출소가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지만 1명의 교도관이 300명의 수용자를 관리하는 실정이다. 교도소 측은 교정시설 확대와 인원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교도 행정의 목적인 교화·개선을 이루는 데 가장 큰 방해 요소다. 교도소 과밀화는 나중에 다시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 순환 근무형태로 휴일은 대부분 평일이며 운이 좋아야 주말이나 일요일에 쉴 수 있다보니 가족과의 오붓한 여행은 꿈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휴일에 혼자 등산을 가는 교도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순환 근무는 교도관들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밤과 낮이 바뀐 근무로 신체 리듬이 깨져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야간 근무를 해야하는 교도관들에 대한 수당은 의욕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정보공개 청구 등 재소자들의 얌체 행위도 교도관들을 괴롭힌다. 수용자들은 알권리 보장을 위해 시행 중인 수용자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자료를 요청하는데 대부분 실제 규정의 존재 여부가 궁금해 신청한다기보다는 교도관을 골탕먹이기 위한 것이 많다보니 이들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업무 이외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교도관들은 수용자가 면담을 요청하면 언제든 이를 수용해야하는데 갑갑한 수용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면담을 악용하는 수용자들도 있다.

칭찬도 자주 들으면 싫증나듯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업무도 교도관들의 곤욕이다. 경찰소방공무원들은 전문직으로 정년 퇴직 후 자신들의 업무와 연관된 곳에 취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같은 전문직인 교도관들은 이들에 비해 좁은 취업의 길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교도관은 주로 폭행과 반말을 일삼고 수용자들을 괴롭히며 갑질을 한다. 고정관념이었을까. 교도관들도 자신의 주어진 업무를 담담히 수행하고, 퇴근 후엔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 돌아가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