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 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남아 못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간다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텐데 또왔냐고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시를 찾고있다 전해라
백오십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9년전 무명가수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애란의 ‘100세 인생’의 노래다.
최근 12년간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노인가구의 소득 중 일해서 번 돈의 비중도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이들은 대부분 ‘생계형 노동’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노인의 경제생활 특성과 변화: 일과 소득’ 보고서를 보면, ‘현재 일을 하는 65살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11년 34%에서 2014년 28.9%로 내려갔다가 2017년 30.9%, 2020년 36.9%, 지난해 39%로 다시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노인실태조사(1만명 대상)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석한 결과다.
일하는 노인 가운데 다수가 생계형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노인의 77.9%가 ‘생계비 마련’ 때문이라고 답했다. 용돈 마련(6.9%), 건강 유지(6.2%), 친교·사교(2.0%) 등은 일부에 그쳤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하는 비중은 2011년 79.4%에서 2017년 73%로 낮아졌다가 2020년 73.9%, 2023년 77.9%로 다시 오르고 있다.
일하는 노인이 늘면서 노인가구의 전체 소득 중 근로·사업소득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65살 이상 노인이 1명 이상 있는 가구의 연간소득은 3468만6천원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근로·사업소득이 53.8%로 가장 많고, 공적이전소득(25.9%), 재산소득(11.6%), 사적이전소득(8.0%), 기타소득(0.7%) 차례로 조사됐다.
근로·사업소득은 12년 전인 2011년(37.9%)에 견줘 15.9%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각종 수당 등 정부의 복지혜택 수준을 가늠하는 공적이전소득은 같은 기간 25.2%에서 25.9%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자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은 39.8%에서 9.2%로 무려 30.6%가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90살 이상 노인 가구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근로·사업소득이 공적이전소득보다 많았다. 자녀의 지원은 중단되고, 사회복지 수준도 별반 나아지지 않으면서 노년이 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각자도생’ 경향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 2014년 65살 인구가 전체의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내년에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예정이다.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0.4%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4.2%)에 견줘 3배 가까이 높다.
우리나라는 유엔인구기금등이 조사한 노인복지지수는 91개국중 67위이며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분야수준은 91개국 90위로 아직도 노인정책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100세대 시대에 맞게 노인정책을 변화를 주기보다 선거성 공약의 남발로 노령층들은 웃고 울고 한다.
예전보다 오래 살긴 하지만 상당수 노인들은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백세시대가 열렸지만, 삶의 질적인 측면에선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란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지금 노령층들은 고독과 가난으로 인해 죽엄과 빈곤사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독거노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독거 노인 수는 올해 현재 137만90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18.5%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활고와 극심한 고독감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작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은퇴기 중산층 2가구 중 1가구는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대 이상 남성 노인들의 자살율은 우리나라 평균자살율의 6배라고 한다. 우리나라 자살율이 세계 최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 평균자살율의 6배나 된다면 수치가 얼마나 될까? 인구 10만 명 당 17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 정도면 국가적인 대재난이다.
노인들의 만성 질병과 빈곤은 더 심각하다. 노인 1인당 평균 진료비가 322만 원이라고 한다. 2006년의 180만 원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액수다. 해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다보니 1인당 진료비가 아닌 전체 진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노인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노인들이 연령 기준 상향 조정으로 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혜택마저 박탈당하면 더 많은 노인이 가난에 시달릴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9.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았다. 빈부격차가 큰 미국도 노인 빈곤율이 22.8%로 30%를 넘지 않았고,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10% 내외였다.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빈곤선) 이하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65∼69세 노인이 연령 기준 상향 조정으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들의 빈곤율이 8.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인의 문제는 가정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가 일정한 역할을 분담하며 해결해야 한다. 보호가 필수적인 노인을 위한 적정수준의 노인복지시설이 운영되어야 하고, 또한 노인들의 경제적 능력, 건강정도, 기타 욕구에 따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다양하게 시설을 설치 운영토록 할 것이며 수용보호시설과 함께 여유있는 노인들을 위한 이용시설 그리고 실버산업도 함께 육성해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하드웨어로서 시설증설에 주로 관심을 기울여왔으나 앞으로는 각종 복지시설과 이용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보급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치매노인수가 급증함에 따라 치매요양시설 및 치매요양병원의 증설이 시급하다. 또 치매 관련 전문적 연구 및 정보 수집을 위하여 국립보건원 뇌의약학센터내에 퇴행성질환 연구원을 설립하여 치매의 원인, 예방 및 치료, 진단법 등 종합연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인 인구 1천만명시대, 위정자, 언론들은 이제 노령층을 놓고 고스톱의 ‘쓰리고’를 치지 말고 언제가 그대들도 노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우리나라에 맞는 ‘100세 인생’를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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