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三十六策 走爲上計(삽십육책 주위상계)’
이를 줄여서 ‘삼십육계’라고 한다. 풀어보면 ‘모든 책략 중 도망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뜻이다. 즉, 여기서 ‘삼십육’이 숫자나 순서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삼십육은 중국 철학과 주역에서 ‘모든’, ‘우주’의 뜻으로 사용된다. 36개의 병법을 모아 삽십육계라고 이름 붙이고 그 마지막 36번째 계책을 ‘삼십육책 주위상계’로 한 것은 편집자가 책의 구성상 그렇게 한 것이다. 따라서 삼십육계는 “이 우주의 모든 책략, 작전, 전술 중에 도망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어쨌든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은 위기 상황이 닥쳐도 잘 도망치지 않는다.
남은 직장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당신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이것 역시 주위상계다.
그래서 그런지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가 청문회 중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웃지 못할 세계 토픽감을 연출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 도중 자리를 떠난 뒤 6일에도 청문회장에 복귀하지 않는 늦은 밤 ‘노쇼’를 연출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청문 대상자가 줄행랑을 친 것은 처음이다. 숱한 의혹·거짓말 시비로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그의 돌출행동은 스스로 장관직을 맡을 뜻이 없음을 보여준 꼴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가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6일 입장문을 발표해 “(인사청문회가 열린 전날) 후보자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채 자정을 넘겨 (인사청문회가) 정회되고, 오늘 오전 청문회가 다시 열렸지만 후보자가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가 정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김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단계부터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청문회 과정에서도 불성실한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조직은 ‘아수라백작’ 아닌 난장에 펴놓은 전어판이다.
남의 말을 절대 않 듣는다고 알려진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때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공약이행의 칼을 빼는 꼼수를 쓸 것이 눈앞에 아지랑이가 저 멀리서 피어 오른다.
폭군으로 기록된 조선의 연산군, 자기 어머니 폐비 윤씨 사사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甲子士禍’를 지금 뒤돌아 본다.
지금 대통령 장모는 사기혐의 등으로 구속되어 있고 처남도 사법상태에 있다.
지구촌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상이념으로 갈라져 있는 한반도, 그러나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탄핵하고 법정에 세우는 등 세계에서 유일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로 우뚝 서 있다.
법 집행했던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으려고 하면 民草는 다시 촛불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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