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시커먼 연기가 뒤덮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사다리차로 내려옵니다.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 무작정 몸을 던진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1971년 12월25일 성탄절 아침 초고층건물인 서울 대연각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대통령 전용 헬기까지 구조에 투입됐지만, 163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63명이 붕상당한 크리스마스의 대참사로 기록됐다. 화재는 1층에 있는 커피숍 주방안쪽 LPG가스가 폭발해 2m정도 떨어져 있던 가스레인지에 인화되면서 나일론 카펫 바닥과 목조시설로 인해 겉잡을 수 없게 번졌다.
소방차만으로는 인명구조가 불가능해 대통령 전용헬기를 비롯 육군항공대와 공군, 미 8군 헬기까지 동원됐다. 11층에 묵고 있던 대만 대사는 10시간 만에 구조되었고 그를 구조한 소방대원들은 전원 1계급 특진했다.
대연각은 한자로 썼을 때 ‘大然閣’, 이게 ‘大燃(크게 불사르다)’ 아니면 ‘大煙(큰 연기)’와 같은 음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51년만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 후진국형 참사 공화국으로 나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하철 사고까지 발생, 또 다시 시민들의 압사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대구 지하철 참상에서 보듯 땅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대형 화재가 할퀴고 간 과거의 모습, 입동도 지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 항사 검은 그림자가 엄습한다.
소방의 날 행사는 1963년부터 매해 11월 1일 열렸으나 1991년부터는 화재신고 119를 뜻하는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정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화기 사용과 실내 활동이 늘어나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며 인명피해도 가장 많다. 특히 전기 안전 문제로 인한 아파트 화재가 연간 600건에 이르고 있어 낡은 시설의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후주택 대다수가 전기설비 구비에 여전히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주택에 화재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 노후주택에 대한 전기설비 개선 및 가전제품 안전 확보 방안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주택의 전기설비는 개정·강화된 전기설비 안전 기준의 소급적용을 받지 않아 시설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 탓으로 주택에서의 난방기구나 전열기구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기구들의 안전한 사용법 미준수 및 관리소홀, 부주의 등으로 인한 화재발생은 겨울철 화재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주택화재 발생의 근본원인은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에 의해 초래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언제 어디서나 주의를 기울이고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재난의 형태가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진 지금, 소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대형화하는 재난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과 원전, 산업단지,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등 특수화재에 대한 대응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근혜정권 10년동안 참사공화국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 속에 살아야 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던 지난 5월26일에는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에서 용접작업 중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
그로부터 반년 만인 2014년10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5년만에 정권을 되찾은 윤석열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불러와 참사공화국의 큐피트 화살처럼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시민들은 ‘도대체 참사의 끝은 어디냐’, ‘대한민국은 참사 공화국이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수정권 들어서 터지는 대형 사고는 관의 통제시스템에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존재이유는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혈세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내부 논리에 갇혀 국민을 대신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방관들의 고질적인 인력부족은 업무의 과중을 넘어 국민 안전과 소방관 자신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모두가 대피할 때 화마를 향해 달려가는 직업인이 소방관이고 365일 24시간 한눈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우리들의 불침번이 또한 소방관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국민들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 소방관의 손이지만, 이들이 눈부신 활약 뒤에는 희생이 따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화재와 구조작업 현장에서 참혹한 사고로 하루 한 명꼴로 공상자가 발생하고 불규칙한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해 10명 중 7명은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통계다.
시민들이 소방을 신뢰하는 만큼 하루빨리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길 바란다. 그러나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2020년 4월에 이뤄졌지만 후속으로 따라와야 할 법과 제도의 변화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사와 예산은 그대로 시·도지사에게 있고 신분은 국가직인데 소방공무원 신분증조차 바꿀 수 없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 대응에 지금과 같은 이원화된 지휘체계로는 역부족이다.
항상 대형사고는 수많은 사고의 조짐에서 출발하는 ‘하인리히 법칙’을 막고 ‘world safety-zone’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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