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 칼럼]발렌타인데이는 사제 밸런타인을 추모하는 기념일이었다. 그는 로마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당하고 말았다. 연인들의 결혼을 죽음으로 성사시킨 밸런타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의 수호자로 추앙되었다. 초콜릿과 사탕등 달콤한 선물에 사랑의 고백을 담아 남성에 준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발렌타인데이’로 잘 알려진 2월14일.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대한독립 만세’를 불러 현장에서 체포됐다. 1년 후 2월14일 안 의사는 중국 뤼순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1910년 3월26일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서거했다.
잊혀서는 안 될 안 의사 사형 선고일은 언젠가부터 상술에 휩쓸린 발렌타인데이에 묻혀 연인끼리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로 전락했다.
지금처럼 초콜릿을 주고받게 된 건 1930년대 일본의 한 제과업체가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광고를 하면서부터였다.
여순 감옥에 갇힌 안 의사는 취조를 받을 때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취조하던 일본인 검찰관조차 안중근은 진정한 ‘동양의 의사’라 칭하고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자신을 취조한 뤼순법원의 검찰관 야스오카 세이시로에게 ‘국가안위 노심초사(국가의 안위를 위하여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다)라는 글을 써줬다. 안 의사가 말한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한일간이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이라고 했다.
신라말기 최고의 지식인 최치원은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에서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고 말하며 세상을 어지럽히 황소에게 “온 천하사람들이 너를 드러내놓고 죽이려 할 뿐 아니라, 지하의 귀신들까지 너를 죽이려 이미 의논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많은 사람들의 피를 부르는 인간들은 온 사람과 귀신이 함께 죽이고자 원한다는 이야기다.
저명한 사회 인류학자 나카네지에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도덕적 미션이 없는 수직사회’다. 그래서 국제무대에 나설 경우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태평양의 외딴 조그만 섬 ‘갈라파고스’로 변해가고 있다. 2월에 ‘다케시마의 날’과 4월 야스쿠니 춘계예대제등 한.일관계에 악재가 될 요인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일본 가해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한국 대법원 확정판결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를 통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는 일본 쪽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내가 책임진다”며 밀어붙였던 윤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해질 뿐이다.
여기에 대법원이 2022년 7월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미뤄둔 전범기업 국내자산 강제매각 관련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일본 쪽은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어쩔 텐가?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최하는 2월22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올해에도 차관급 인사를 파견한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달 30일 정기국회 외교 연설에서 독도와 관련,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이러한 기본적인 입장에 근거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친일의 피가 뼈속까지 흐르는 현정권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가? 독도까지 헌정할 것인가?
이웃 국가에 대한 침략과 영토 확장을 비판하고 평화적 공존을 주장한 내용을 담은 안중근 의사 〈동양평화론〉만이 동북아의 평화의 촛불이며 3국 젊은 남녀들이 초콜릿을 함께 나눠 먹는 사랑의 ‘발렌타인데이’는 저 멀리서 봄의 아지랑이를 타고 오는가?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 직전 동포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을 발렌타인데이 새벽 읊퍼본다!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들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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