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김원섭】“궐에서 보던 반촌에서 보던 달은 그저 달이지 않느냐. 내가 세자고 네가 무엇이든, 언제 어디에 있든 우리의 마음만 같으면 된다. 저 달처럼”
몇 년전 한 나라의 세자가 내시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그린 ‘구르미 그린 달빛’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커밍아웃’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매년 10월11일, 커밍아웃의 날(National Coming Out Day, NCOD)은 자신의 성적취향이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LGBT) 사람들을 경축하고 사람들의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기념일이며, 전 세계의 LGBT 커뮤니티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호모’ 대신 ‘게이’라는 말을 쓰고 ‘커밍아웃’과 ‘아우팅’을 구별하는 사람이 늘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2014년 애플 CEO 팀 쿡은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기고문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이어 팀 쿡은 “지난 수년간 내 성적 지향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했고, 애플의 동료들도 이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며 “내가 게이라는 것 때문에 그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애플의 CEO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리면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나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커밍아웃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팀 쿡이 동성애자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올해 6월 팀 쿡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그는 자신의 고향인 앨리바마 주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 최초로 홍석천씨가 2000년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난 호모다’를 밝힌 홍씨는 동성애를 바라보던 당시 한국 사회의 편견으로 방송일도 끊겼고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아 운둔생활까지 해야 했다.
성에 대한 개방이 자유로운 미국사회에서는 지난 2015년 1년간 페이스북서 커밍아웃한 미국인 80만명에 달하는 등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결정을 내린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약자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냉소의 대상이다. 그들이 다수의 사람들과 애정의 기호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고 그래서 정상적이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18일 대법원의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판결에 외신이 ‘획기적 판결’(landmark ruling)이자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국 대법원이 동성 동반자가 국가 건강보험의 배우자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으며, 이는 다른 지역보다 뒤떨어져 있는 한국의 성소수자(LGBTQ) 권리를 위한 승리의 움직임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해당 판결이 “동성 배우자의 권리에 있어 역사적 승리”이며 “획기적이면서 한국 내 성소수자 공동체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이 성소수자의 결혼 평등에 관한 한국 내 최초의 판결이지만, 건강보험 내에서만 그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좁은 의미의 판결이어서 한국이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완전히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과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곳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현실 속 다양한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차별금지법’이 등장했다. 개인의 특성을 이유로 고용이나 교육 등에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차별금지법에서 찬반 양론이 가장 대립하는 지점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온 성소수자 이슈다. 관련 법안들은 모두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사유로 명시했는데, 개신교계 등은 “동성애 옹호법”이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성애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도 처벌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오는 27일 열리는 200만 성도 연합예배에서 동성혼 합법화 시도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교계의 공식 입장을 천명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한국교회가 해당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신앙적 가치를 수호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했지만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의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합법적으로 결혼하고 싶은 동성 커플들은 해외로 이주해야 한다.
‘이대녀’를 폄하해 ‘이대남’을 우군으로 끓어들여 0.7%로 신승한 윤석열 당선자의 숨은 일등공신은 바로 이준석이다.
이준석이 주도했고 윤석열이 그의 등에 올라탔던 이대남 전략은 이대녀들이 반기를 들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선도했던 ‘이대남-세대포위 전략’은 남녀,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승리를 거머쥐려 했던 전략이었다.
안이하게 이준석의 등에 올라타서 여성의 날에까지 앞뒤 분간하지 못한채 ‘여가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를 외쳤던 尹,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분간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나와 다르다고 해서 옳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 포용할 수 있는 아량으로 돌아서는 것도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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