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 여는 세상-추경호‘두마리 토끼 잡기’➨狡兎三窟

능산선생 2023. 7. 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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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용왕이 병이 나자 도사가 나타나 육지에 있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용왕은 수궁의 대신을 모아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 때 별주부 자라가 나타나 자원하여 허락을 받는다. 토기화상을 가지고 육지에 이른 자라는 동물들의 모임에서 토끼를 만나 수궁에 가면 높은 벼슬을 준다고 유혹하면서 지상의 어려움을 말한다.

이에 속은 토끼는 자라를 따라 용궁에 이른다. 간을 내라는 용왕 앞에서 속은 것을 안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한다. 이에 용왕은 크게 토끼를 환대하면서 다시 육지에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한다.

자라와 함께 육지에 이른 토끼는 어떻게 간을 내놓고 다니느냐고 자라에게 욕을 하면서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어이없는 자라는 육지에서 죽거나 빈손으로 수궁으로 돌아간다.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작품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이다.

鼈主簿傳은 서민의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나타나 있다. 17, 18세기는 지배관료계층의 부패와 무능으로 서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커가던 때 나온 이 소설은 서민계층이 당시 피지배층의 지배층에 대한 저항의식의 풍자성으로 보여 民衆口傳문학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불만은 지적 능력의 결여와 사회적 신분의 제약으로 표출할 방도가 없었고, 다만 민란(民亂)이라는 폭력적 수단과 민속극·판소리·민요 등 서민예술을 통한 간접적 배설의 길만이 있었다. 우화적 이야기로서의 鼈主簿傳은 그러한 사회적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별주부전은 주색에 빠져 병이 들고 어리석게도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용왕과 어전에서 싸움만 하고 있는 수궁대신들은 부패하고 무능으로 썩어가는 사회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끼는 수궁에서 好衣好食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수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민중적 입장에서 최후의 승리를 얻었다.

한국 경제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짐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4'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 3대 중점 과제에 힘을 쏟는 한편 미래 대비 기반 확충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지난해 6.3%까지 상승하던 소비자물가가 올해 62.7%21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다생활물가도 2.3%2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물가 상승세는 확연히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외생 변수가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맞을 것이라며 평균 2% 중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지난 1년간 힘든 시기를 지나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 왔다고 표현했다

즉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목표는 물가 안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건 석유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고 이는 언제든지 상승 반전할 수 있는 만큼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 6월 라면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지며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라면 물가 상승률과 전체 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커졌다.

이번 달에는 라면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하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겠지만, 인하 품목이 제한돼 둔화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여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관련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학원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기업이나 가계나 그동안 빚이 크게 늘었고 여전한 고금리에 연체율이 상승하는 중이다. 부동산 PF 부실의 여진은 계속돼 제2금융권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까딱하다간 뱅크런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자원무기화 등 외생변수로 발생한 고물가는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여기에 자기 몫을 더 가지려는 그리드(탐욕)플레이션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서민의 고통은 배가 된다.

그래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은 최악을 상정한 대비책은 안 보여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어렵다.

위급할 때 쓰려고 채우는 것이 나라 곳간이다. 나라는 안 망했지만, 국민이 다 죽는다면 곳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군주민수(君舟民水; 군주는 배, 백성은 물이라는뜻)군주는 배를 물의 힘으로 배를 뛰우지만 물이 화나면 배를 뒤짚는다는 뜻으로 언제나 백성이 화가 나면 군주를 뒤엎을 수 있다.

지금 정부는 두 마리 토끼 잡기보다 狡兎三窟(교토삼굴: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씩이나 파놓고 있기 때문에 위기에 처해서도 죽음을 면할 수 있다)로 경제위기 터널을 빠져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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