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24절기의 시작으로 봄이 옴을 알리는 절기 입춘(立春).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복을 바라는 글귀를 붙이는데 이런 것을 立春祝이라고 한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며, 전라북도에서는 입춘축 붙이면 “봉사들이 독경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여 입춘에는 꼭 하는 세시풍속이었다.
입춘축에 주로 쓰이는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이는 이조시대 남인의 거두 미수 허목이 쓴 글로 곧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생기고,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또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의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의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 같은 것들도 있다.
입춘 세시풍속 가운데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있다. 적선공덕행이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한 해 동안 액(厄)을 면한다고 믿은 것이다. 사람이 죽어서 상여 나갈 때 부르는 상엿소리에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라고 묻는다. 적선공덕행을 하지 않으면 그해의 액은 고사하고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는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입춘일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번째 절기이기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농사의 흉풍을 가려보는 농사점을 행한다. 또,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풍작이 된다고 한다.
영조가 신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녹두묵 무침이 나왔는데 영조가 이 음식을 탕평채라고 부르자고 했다고 한다. 청포묵과 여러 색깔의 나물이 고루 섞여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에 착안했던 것이다. 녹두묵 무침이 탕평채가 되면서 음식 재료도 달라졌다. 탕평채는 청포묵과 쇠고기, 미나리, 김을 재료로 했다.
각각의 색깔은 각 당파를 상징한다. 청포묵의 흰색은 서인, 쇠고기의 붉은색은 남인, 미나리의 푸른색은 동인, 그리고 김의 검은색은 북인이다. 영조가 4색 당파에 맞는 색깔로 음식을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정책이 바로 탕평책이다.
영조는 왕권 강화를 위해 종전과는 다른 방식을 채용하였다. 왕은 요·순과 같은 고대 성왕(聖王)을 자처하면서 초월적인 군주상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하여 이른바 ‘탕평책’(蕩平策)을 썼다. 원래 탕평책은 붕당을 없애는 데 뜻이 있었지만 당장 실현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당파의 시비를 가리지 않고 어느 당파든 온건하고 타협적인 인물을 등용하여 왕권에 순종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이를 ‘완론탕평’(緩論蕩平) 이라고도 한다. 탕평 정책은 숙종 때의 ‘환국’ 형식의 왕권 강화 방식이 많은 부작용을 낳은 데 대한 반성으로, 초당적 정치운용으로 왕권을 세우자는 발상이였다.
식탁 교제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은 아마도 예수일 것이다. 예수는 공적인 식탁 교제를 통해 모든 피조물이 공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수의 식탁은 접대의 자리가 아니라 배척당하고 소외받았던 이들이 예수와 식사를 하며 한 사회에 속하는 존재로 인정받고 존엄함을 확인하는 자리, 곧 성원권을 얻는 기회였다. 환대의 식사는 그렇기에 정치적 행위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한 예능 방송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혼밥 하지 않겠다”, “뒤에 숨지 않겠다”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실제로 ‘식사 정치’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윤 대통령은 부지런히 ‘함께’ 먹는다. 대식가이며 미식가, 주당으로 유명하다는 그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3월10일부터 늘 공개 점심 식사를 이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민생 현안, 정치인 테러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준 뒤 함께 점심 식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검토됐다고 한다.
민중을 대신해 기자들이 묻는 신년회견을 ‘출입기자 접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김치찌개에 소폭을 돌리면 대통령의 호방함에 감격해 기자들이 자기편으로 넘어올 거라고 여기나.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17일 열린 취임 100일 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22년 11월 18일 출근길 문답을 끝으로 언론과의 소통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대통령실의 장고가 계속되는 결정적 이유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자회견을 할 경우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나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흔히 함께 식사를 하며 친분을 두텁게 만들거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한다. 식탁은 축소된 공동체다. 함께 식사하며 정체성을 구체화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나 식사정치가 70~80년대 초에 유행했던 요정정치로 회귀할 수 도 있다.
한때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를 지배한 곳은 청와대나 국회, 대기업 회장실이 아닌 요정이었다. 제2의 영빈관이라 했을 정도로 권력과 명예를 가지고 있던 삼청동 삼청각, 성북동 대원각, 익선동 오진암등이 밀실 정치의 주 무대였다.
이같이 식사정치는 밀실 요정 정치로 타락할 경우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10.26 궁정동 사건을 환생할 수 있다. 그러나 서오대 편파 윤석열정부 탕평책이 아닌 자기들만의 마이너리그를 형성, 검찰공화국으로 향하고 있다.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복을 바라는 글귀를 붙이는데 이런 것을 立春祝이라고 한다. 입춘축에 주로 쓰이는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이는 이조시대 남인의 거두 미수 허목이 쓴 글로 곧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생기고,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민중들은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의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가 甲辰年 용기와 도전하는 청룡의 해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을 보면 싹이 노랗다. 청룡은커녕 이무기 형국이다.
이무기(螭龍)는 한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용이 되기 전 상태의 동물이다. 차가운 물 속에서 1000년 동안 지내면 용으로 변한 뒤 여의주를 갖고 굉음과 함께 폭풍우를 불러 하늘로 날아올라간다고 여겨졌다. 그때 이무기가 승천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목격하면 이무기는 다시는 승천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무기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용 못된 이무기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심술이 가득하고 인정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 손해만 입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형국이 이렇게 구정물로 흘러가고 있으니 靑龍은 없고 이무기만 드글거릴 뿐이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제아무리 추워도 입춘 지나면 견딜만하다는 의미다.
입춘은 화기(和氣)가 도는 시절이다. 우리 사회 우울한 소식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 특히 민생을 보듬어야 할 정치는 외려 민중이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68일로 다가온 총선이 ‘바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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