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 리처드셍크민이 2008년 발간한 서적이다.
민주정부와 유권자 모두를 비판한 이책에서 셍크민은 미국 유권자의 무지를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뽑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라의 수준은 선출된 지도층의 수준에 달려있다. 지도층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수 있다.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그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헌신적인 엘리트들이 나라의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위대한 나라다.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투표율이 15.61%로 역대 총선 첫날 사전투표율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천428만11명 가운데 691만510명이 투표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중 첫날 투표율 최고 기록이다.
2016년 20대 총선 첫날 투표율은 5.45%, 2020년 21대 총선 첫날 투표율은 12.14%였다. 4년 전보다 첫날 투표율이 3.47%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높아진 투표율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단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부산을 찾아 투표를 하고, 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당한 직후 이송됐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등을 방문했다. 야당은 선거 직전 각종 선심성 공약을 쏟아낸 데 이어 총선 격전지를 찾아간 윤 대통령의 행보는 관권을 동원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水則覆舟(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지만 강물이 사나우면 배를 뒤집는다)-순자 왕제편-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흘러 수평을 유지한다. 물은 개척 정신에 강해 앞에 장애가 있으면 정면 돌파하지 않고 옆으로 흐르고, 옆을 막으면 뒤로 돌아가고 뒤를 막으면 위로치솟고, 위를 막으면 땅으로 스며들어서 제갈길을 묵묵히 마다않고 간다
물은 우리에 겸손의 철학을 가르친다. 겉으로 부드러우면서 속은 강하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서로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흐르는 물에서 정치인은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손으로 뽑은 위정자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눈앞의 선거만 있고 미래국가 전략은 없으며 국정운영의 장기적 비전과 일관된 행정이 결여돼 있다.
정당 정치는 있으나 책임은지지 않으며 기득권을 보호하고 이권추구에 몰두하는 정치가 있다.
그동안 국회는 사회엔 많을 걸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예외지대속에 숨었다. 이제는 이 위선을 깨야 한다. 정치혁신의 세줄기는 정치의 생산성 향상, 비정상형태의 척결, 특권포기가 되어야 한다.
87년체제이후의 대한민국 정치는 어느덧 ‘앙시레짐’을 떠올릴 만큼 낡았고 영.호남 정치재벌의 기득권은 마치 왕권신수설을 연상시키게 한다.
정치는 꿈을 파는 장사다. 유권자는 미래의 꿈에 투자하는 것이다. 유권자는 미래의 꿈에 투자하는 것이다. 오늘 비록 힘들어도 희망이 힘이 된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는 언제부턴가 꿈이 사라졌다.
자기도 이해 못하는 말로 어찌 반대편을 설득하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겠나. 자신은 벽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답답하지만 상대 역시 벽 긁는 소리가 듣기 좋을 리 없다.
정치판에는 ‘정치가의 입보다 발을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정당의 고질병은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점이다.
그러나 원래 짖지 않는 개와 소리 없는 냇물이 더 무서운 법이다. 민심의 사나움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말이 지난 2017년 박근혜의 탄핵에서 실현됐다. 유권자의 손은 민심을 무시하고 자기들 세상만을 추구하는 위정자에게 선거의 붓 뚜겅으로 선거 쿠테다 아니 선거혁명을 이룩했다.
정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화이고 타협이다. 타협은 소통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소통은 무엇인가.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경청하고 반론하고 양보하고 그러면서 웃으며 뜻을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자의 리더십은 현장과의 소통에서 나온다.
전직 대통령들은 실용주의자였다. DJ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을 때도, 북한 핵 문제를 다룰 때도 그런 논법을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자신과 완전히 반대 이미지를 가진 정몽준 의원과 손을 잡고,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의했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다.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은 주인의 뜻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연구단체나 시민단체와 다르다. 어떤 정책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당은 미래권력을 자임하는 집단이다. 과거를 이야기하고 현재의 다른 정당을 비판하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래의 비전은 보여주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그 꿈에 투표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문화의 토대가 투쟁형 운동권 정치에서 협상형 합의정치로 전환돼야 한다.
헌정사상 탄핵 수사를 맡았던 특별검사가 대통령이 된 지금 자기에게 투표하지 않은 47.8%의 유권자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 마치 법을 아는 자가 법을 교묘하게 악용, 민중의 힘을 누르고 있는 셈이다.
위정자들이 “정치란 먼저 백성을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해주고, 그 다음은 가르쳐야 한다”는 공자님의 말씀을 상기하며 ‘악마는 디테일에 숨었다’는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마하트라 간디처럼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자기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개헌을 빼놓고 다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석열 독주를 막지 못하고 21대 국회가 막을 내린 상태다.
그래서 사전투표와 4일 남은 총선에서 유권자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줘 브레이크 없이 민중을 태우고 독주하는 윤석열 열차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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