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설날은 섣달그믐부터 시작된다고 할 만큼 그믐날 밤과 초하루는 직결되어 있다. 끝과 시작 사이에 간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나면서 동시에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섣달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이를 수세(守歲)라 하는데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속신이 있기 때문이다.
설날에는 세찬의 대표적인 음식인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떡국을 먹지 않으면 나이를 먹을 수 없다는 속설도 있다. 복을 끌어 들인다는 복조리 풍속도 속신으로 볼 수 있다.
가족들이 한 곳에 함께 살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설의 명절이 아니면 전체가 모이기가 힘들다. 때문에 설에 자손들이 모여 조상에 대한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조상을 모시는 지극정성으로 묘지문화가 발달하면서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기하급수식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 전국토에서 묘지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 이는 주거 지역의 1/2배, 공업 지역의 약 2배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매년 약 9㎢(여의도 면적의 1.3배)씩 잠식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묘지 천국’이다.
이미 ‘묘지 포화’ 상태다. 전국 산천 곳곳에 자리 잡은 분묘는 대략 1435만여 기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연고가 없는 ‘무연고 분묘’가 224만여 기(15.6%)다.
이같은 묘지문화가 이어지는 것은 바로 조상을 잘 모시면 성공한다는 관례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나 대선후보, 재벌들은 법을 어겨가며 왕릉처럼 묘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묘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일대도 자리가 좋은 편이다. 실제 ‘사거용인(死居龍仁ㆍ죽어서는 용인이 최고)’이라고 할 만큼 이 일대엔 명당이 많다. 정몽주ㆍ채제공 등 역사적 인물의 묘는 물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모도 용인에 안장돼 있다.
그러나 일부 지관들은 이병철 창업주의 묘 자리가 좋지 않아 (묘를 쓴 뒤) 20년 후 삼성의 몰락이 시작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삼성은 위기에 몰렸다.
“선친묘만 바꿔도 대통령 난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장을 한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문이 들리자 김종필 총재와 이회창 총재도 이장을 했다. 그러나 천하의 명당이라는 곳으로 이장을 한 후 모두 정계를 떠났다. 이는 地氣를 보지 않고 관산법으로 명당을 골랐기 때문이다” 김대중 후보한테 패한 이회창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덕을 본 선친묘 이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특히 조상숭배에 대한 잘못된 관습으로 국민간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분묘설치가 마치 조상에 대한 효의 실천으로 여기는 소수의 계층이 건전한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공간을 빼앗아 가고 있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훼손을 막기 위해서도 장묘문화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됐다.
그러나 위정자들과 재벌들의 장례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그래서 서울 동작동에 자리잡은 국립현충원부터 헐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알링턴국립묘지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워싱턴 D. C.와 마주보고 있다. 알링턴은 1864년 육군 장관의 명령에 따라 군사묘지가 되었다. 1864년 남군 포로가 처음으로 이곳에 묻힌 이후 독립전쟁 때 죽은 몇몇 장교들을 비롯해,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되어 있다.
존 J.퍼싱 장군, 리처드 E.버드 제독,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로버트 E.피어리, 조너선 웨인라이트 장군, 조지 C.마셜 장군, 로버트 토드 링컨, 피에르 샤를 랑팡 소령,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존 F.케네디, 로버트 F. 케네디 등이 이곳에 묻혀 있다. 현재 16만 3,000명 이상의 병사가 묻혀 있는 묘역에는 1872년부터 전국의 국립묘지에 사용되기 시작한 단순한 묘비들이 끝없이 줄지어져 있다.
그리고 알링턴 국립묘지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추모공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웃 중국도 위정자들의 획기적인 장례문화로 묘지의 면적을 줄이고 있다. 주은래(周恩來) 전 수상 역시 화장과 산골을 택했다. 1976년 죽기 전 주은래는 “유골을 조국의 산하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에 따라 그가 학생시절을 보낸 천진시(天津市)와 황하 유역 등 세 곳에 나누어 공중에서 유회를 뿌렸다. 16년 후에 사망한 그의 부인 역시 그 뒤를 따라 남편과 만났던 추억의 장소였던 천진시의 한 냇가에 유회를 뿌리게 했다.
1997년 사망한 20세기 마지막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등소평(鄧小平)의 유회가 북경에서 비행기에 실려 유족과 공산당 간부들의 손에 의해 바다에 뿌려졌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지금 중국이 자랑하는 1백% 가까운 화장률은 이 같은 정치지도자들의 솔선수범에 의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보다 화장률과 납골묘, 납골당 이용률이 월등히 높다. 또 장묘관련시설이 생활공간과 가까워 관광명소로 홍보될 만큼 우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재벌중 유일하게 화장을 택해 납골당을 지어 사회에 환원한 최종현 전 SK그룹회장의 장례문화의 영향탓인 전통적인 매장방식이 점점 사라지고 화장, 수목장의 다양한 장례문화가 도입되고 있다.
나무나 잔디 아래 유골을 안치하는 수목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명절에도 봉분 앞에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 고인이 안치된 나무를 찾는 추모객들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2015년 8월 30일부터는 수목장림 설치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2004년 9월 김장수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식이 경기도 양평의 고려대 연습림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 것을 계기로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산 김 교수는 그의 유언대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2018년 5월 사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수목장을 선택하는 등수목장은 요즘 가장 선호하는 장례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이제 가족이나 문중, 종중 소유의 임야에도 수목장림을 조성하겠다는 신고만 미리 하면, 나무 벌채 신고 등 그간 거쳤던 복잡한 행정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지금 죽은 사람들을 묻는 ‘묘지’가 ‘공원’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납골당이나 납골묘가 있는 묘지는 실제 ‘공원화’가 이뤄지고 있다. 떠나는 이에게는 편안하고 영원한 안식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고인을 마음껏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며 인공 폭포와 분수대, 조각공원 등을 설치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우주의 원리다. 따라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장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봉분을 하지 않는 시한제 묘지, 지정된 곳에 산골하는 방법 등 현대적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국토는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았듯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삶의 공간을 위해서 묘지를 공원화해 돌아가신 조상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례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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